제주여행 67

[한경면] 오래 머물고 싶은 숲 ‘청수곶자왈’

청수곶자왈 오래 머물고 싶은 숲 뙤약볕에 1분 1초도 서 있기 두려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더운 여름이 절정에 이르고 있다. 항상 여름이 되어도 제주도는 바람이 불어 덥지 않다는 얘기도 모두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렸다. 매년 여름이면 바다로 향하기보다 숲으로 향하던 발걸음이 올해는 잠시 주춤했다. 아주 더운 날에도 숲 속은 적정 온도를 유지해 가볍게 걸을 수 있었지만, 올해는 숲길도 더위를 피하기엔 역부족이다. 그래도 여름에 만나는 숲은 유난히 푸르고 더욱 진한 향기를 내뿜어 매력적인 곳이다. 이에 오늘은 아주 짧게 다녀올 수 있는 ‘청수곶자왈’을 소개하고자 한다. 화산섬인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지형이 있는데, 그곳이 바로 ‘곶자왈’이다. 곶자왈(Gotjawal)은 곶자왈은 ‘곶’과 ‘자왈’의 합..

[대정읍] 귀 기울이지 않아도 들리는 울음 ‘송악산과 알오름’

송악산과 알오름 귀 기울이지 않아도 들리는 울음 대한민국에서 최남단에 있는 오름인 송악산은 태어난 이후 줄곧 고난과 아픔을 달고 살아온 오름이다.제주도의 남서쪽 끝자락에서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거센 파도의 시련으로 온 몸이 패이고, 패인 몸으로 슬픈 역사의 아픔을 이겨내고 있는 오름.그래도 오름의 끝자락 절벽 앞에 서면 저절로 흥얼대어지는 노래.​세찬 비바람에 내 몸이 패이고 이는 파도에 내 뜻이 부서져도나의 생은 당신의 조각품인 것을 나는 당신으로 인해 아름다운 것을 송악산은 초기의 수성 화산활동과 후기의 마그마성 화산활동을 차례로 거친 화산으로 먼저 폭발한 큰 분화구 안에 두 번째 폭발로 지금의 주봉이 생기고 거기에 작은 분화구가 생겨난 이중화산체로 주변 지질특성이 특이하고, 해안선을 이루고 있는 남쪽..

[남원읍] 서귀포 귤 밭, 의외의 산책로 '농업기술센터 농업생태원'

'농업기술센터 농업생태원' ​서귀포 귤 밭, 의외의 산책로 귤 꽃 향기가 퍼지는 계절이 왔다. 내가 살고 있는 남원읍은 특히나 귤 밭이 많아 창문만 열어도 마치 집안에 디퓨저라도 놓은 듯 그 향이 진동한다.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는 예로부터 귤과 인연이 깊은 곳이다. 조선시대 서귀포 지역에서 임금에게 진상하기 위한 감귤을 재배했던 농장 '금물과원' 터가 있기 때문이다. 금물(禁物), 다른 사람은 건드릴 수 없는 임금만을 위한 과수원이라니 지금은 누구나 쉽게 먹는 귤이 얼마나 귀했는지 알 수 있는 이름이다. 지금 그 터 근처에는 서귀포농업기술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제주도는 2010년 금물과원을 복원하는 의미로 이곳에 농업생태원을 만들었다. 이름만 들어서는 농업인들을 위한 기술지원기관인데, 아는 사람은 아는..

[대정읍] 사계절 초록을 간직한 신비숲 ‘곶자왈’

곶자왈사계절 초록을 간직한 신비숲 필자는 JTBC 과학탐험가로 잘 알려진 문경수 씨를 만났을 때 그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그가 자연과 우주를 탐험하러 해외 곳곳을 누비던 때 해외 어디를 가던 그곳의 과학자 한두 명에게서 반드시 받는 질문이 있었다고 한다. 그것은 ‘제주도에 가보았냐’는 것이었다. 호기심 가득한 그들의 질문에는 제주에 대한 동경이 담겨있었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화산섬인 하와이를 찾았을 때도 80세가 넘은 그곳의 노학자는 ‘제주’에 대해 물었다. 제주에는 화산섬 중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유일한 생태를 간직한 곶자왈이 있다. 열대 북방한계식물과 한대 남방한계식물이 공존하는 곳은 제주 곶자왈이 유일하다. 곶자왈은 ‘곶=수풀, 자왈=돌이나 자갈이 모인 곳’을 뜻하는 제주 방언으로 다시 말해 자..

[안덕면] 알록달록 탐스럽게 핀 수국이 가득한 ‘마노르블랑’

마노르블랑촉촉하게 비를 맞으면 더욱 아름다워지는 수국의 매력에 빠져보자 매년 장마기간을 전후로 가장 아름답게 피어나는 ‘수국’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장마, 비가 많이 오면 올수록 수국은 더욱 많은 물을 머금고 풍성하게 피어난다. 진심, 변덕, 처녀의 꿈이라는 꽃말을 가진 수국은 쌍떡잎식물 장미목 범의귀과의 낙엽관목으로 토양이 강한 산성일 때는 청색을 많이 띠게 되고, 알칼리 토양에서는 붉은색을 띠는 재미있는 생리적 특성을 가진 신기한 꽃이다. 제주도에는 비싼 입장료를 주지 않고도 풍성하게 피어난 수국을 감상할 수 있는 곳들이 많다. 최근 많은 여행객들이 찾는 안덕면사무소 앞에 피어난 수국과 안성리 마을에 짧은 수국길 등은 여행 중 잠시 쉬어가는 곳으로 인기가 좋다. 그렇지만, 잘 가꿔진 수국길은 역시 ..

[조천읍] 신록의 5월 그 향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바매기오름(알밤오름)'

바매기오름 신록의 5월 그 향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어느 마을을 가든 박하향인 듯, 라일락향인 듯, 아니 그보다도 더 알싸한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히다 목덜미를 타고 내린다. 온몸이 귤꽃향기에 물든 착각에 빠진다. 더 나가 들판에 이르면 또 다른 향기가 흐른다. 새하얀 찔레꽃 향기가 그것이다. 온 들판을 하얗게 수놓는 찔레꽃은 그 선명함에 미처 가시가 있다는 것을 잊게 만든다. 장미는 가시가 있어 더 아름답다고 하지만 들판에서 만나는 찔레꽃은 가시가 없으면 더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하지만 우리에게 친숙한 노래에 자주 등장하는 찔레꽃이야말로 진정 서민의 꽃일 것이다. 찔레꽃 향기가 가득한 오름으로 가보자. 이 시절 어느 오름인들 그 향기가 없을까마는 연두 빛 신록의 상큼함을 보고 또 느낄 수 있는..

[조천읍] 드넓은 자왈과 곶 한가운데에서 가시나무새가 되어 날아보자 ‘바농오름’

바농오름 드넓은 자왈과 곶 한가운데에서 가시나무새가 되어 날아보자 연일 이어지는 비 날씨와 산간의 안개주의보는 오름을 오르는 오름꾼에게는 산행할 오름 선택의 어려움을 가져다준다. 제주시를 출발할 때의 날씨와 평화로나 번영로에 들어설 때의 날씨가 다르고, 서귀포 방향으로 접어들었을 때의 날씨 또한 달라진다. 어떤 날은 중산간도로로 제주도를 한 바퀴 돌아도 맑은 곳을 찾기 어려운 날도 있다. 그렇게 한 바퀴를 돌아 찾아간 오름이 바농오름이다. “자왈”이란 나무와 덩굴 따위가 마구 엉클어져서 수풀같이 어수선하게 된 곳 즉, 덤불을 일컫는 제주어이다. 또한 “곶”이란 산 밑의 숲이 우거진 곳을 말한다. 조천읍 교래리 산108번지에 있는 해발 552.1m, 높이가 142m인 바농오름은 오름 주변에 곶자왈이 넓게 ..

[안덕면] 핑크빛 사랑스러운 고양이 ‘헬로키티아일랜드’

헬로키티아일랜드비 오는 날 아이들과 함께 가볼만한 박물관 장마가 시작된 제주도는 비가 주르륵 내리다가 갑자기 맑아지는 기이한 날씨를 하루에도 여러 차례 보여주며, 갈팡질팡 여자의 마음보다 더욱 변덕이 심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매년 장마기간만 되면 유난히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는 아이들, 비가 오면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마음은 어른이나 아이나 다 똑같은가보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비가 오면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자체가 들지 않았는데, 조금씩 커가니 날씨가 좋지 않을 때 다녀오는 나들이가 더욱 기억에 오래 남는 것 같다. 그렇지만, 비를 쫄딱 맞으며 돌아다닐 순 없으니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것들을 찾다가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예쁜 공간을 찾아냈다. 그곳이 바로 ‘헬로키티아일랜드’다.우리가 어린 시절 헬..

[안덕면] 올레길 따라 벼랑 넘고 계곡 지나며 ‘도래오름(월라봉)’

도래오름(월라봉)올레길 따라 벼랑 넘고 계곡 지나며 올레가 정낭을 넘고 거릿길을 건너 한질로 나앉은 지 10여년이 흘렀다. 집에서 거릿길까지의 짧고 구부정했던 올레는 이제 섬 전체를 돌며 길과 길을 연결하여 하나의 올레가 되었고 모든 이웃집은 바로 우리 집으로 가는 올레 안에 있다. 이제야 제대로 된 공동체 안에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과거 어느 때보다 더 가깝게 살고 또, 그 어느 때보다 더 끈끈한 이웃이 된 것일까. 올레 길이 오름을 넘나드는 여러 오름 중에 도래오름이 있다. 지도에는 월라봉(月羅峰)이라고 표시되어 있고 돌레오름이라고도 하는 도래오름은 주봉이 안덕면 감산리에 있는 표고 201미터의 오름이다. '도레 · 돌레'의 뜻을 열매인 ‘다래'의 제주방언 ‘도레’로 보고 이 오름에 예전에 다래..

[조천읍] 힐링숲 속에서 녹음의 바다로 빠져보자 ‘물찻오름’

물찻오름 힐링숲 속에서 녹음의 바다로 빠져보자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6월이다. 연두 빛을 띠던 숲은 점점 짙어져 진초록의 녹음으로 바뀌고, 태양빛도 한층 더 따가워져 어느새 그늘을 찾게 되는 계절이 시작된 것이다. 여름에 오름을 오른다는 것은 인내가 필요하다. 더욱이 나무도 번번이 없는 민둥오름을 오르려면 힘이 들기보다도 땀이 먼저 시야를 가린다. 여름에는 그래서 사람들은 숲이 있는 오름을 찾는다. 참으로 오랜만에 먼 길을 걸어 오름을 올랐다. 예전에 이 오름을 찾을 때는 임도를 따라 차를 타고 오름 아래까지 이동하여 쉽게 오름을 오르곤 했었는데, 사려니 숲길이라는 이름으로 임도를 숲길로 만들어 오름 진입로의 차량통행을 막아버리고 걸어서 다니라고 한다. 하는 수 없이 힐링이라는 이름으로 먼 길을 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