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 서쪽여행지

[안덕면] 올레길 따라 벼랑 넘고 계곡 지나며 ‘도래오름(월라봉)’

(주)교차로-제주 2020. 6. 1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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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래오름(월라봉)

올레길 따라 벼랑 넘고 계곡 지나며




올레가 정낭을 넘고 거릿길을 건너 

한질로 나앉은 지 10여년이 흘렀다. 

집에서 거릿길까지의 짧고 구부정했던 올레는 

이제 섬 전체를 돌며 길과 길을 연결하여 

하나의 올레가 되었고 

모든 이웃집은 바로 우리 집으로 가는 올레 안에 있다. 


이제야 제대로 된 공동체 안에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과거 어느 때보다 더 가깝게 살고 

그 어느 때보다 더 끈끈한 이웃이 된 것일까.



올레 길이 오름을 넘나드는 여러 오름 중에 도래오름이 있다

지도에는 월라봉(月羅峰)이라고 표시되어 있고

 돌레오름이라고도 하는 도래오름은 

주봉이 안덕면 감산리에 있는 표고 201미터의 오름이다


'도레 · 돌레'의 뜻을 열매인 다래'의 제주방언 도레로 보고 

이 오름에 예전에 다래나무가 많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이 있고

달이 떠오르는 형상이라는 설 등이 있으나 확실하지는 않다


삼형제 말젯오름에서 발원했다는 창고천이 

깊은 계곡을 이루며 남쪽해안 쪽으로 흐르다 

안덕계곡을 지나 바다와 만나는 곳에 황개창이 있다

도래오름은 이 황개창 근처에서 오를 수 있는데 

오름을 오르다 보면 올레길을 만난다.



올레길은 길과 길을 연결하여 계속 나가지만 

오름을 오른 사람은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와야 한다. 

오름의 중턱으로 나 있는 올레길을 

따라 가면 정상에 오를 수 있고, 

예전의 오름길을 버리고 올레길을 따라 가면 

다시 출발점에 돌아올 수 있으니 그리 나쁜 코스는 아니다.


도래오름 남쪽 낭떠러지 위를 지나는 올레길은 

과거 예례, 대평, 화순, 모슬포를 연결하는 

중요한 도보 교통로였던 길이다.


 '몰질'이라 하여 탐라가 원의 지배하에 있었을 때 

원나라에 바치는 말을 몰고 와서 '당캐'(현재 대평 포구)에서 

배에 실어 보냈다는 역사의 흔적이 전해 내려오기도 한다. 

바다 쪽으로 80m가 넘는 깎아지른 벼랑으로 되어 있는

 위를 걷다보면 '이두어시'라는 과수원과 

밭이 조성되어 있는 널따란 평지를 만난다.



도래오름은 북쪽으로 감산리, 서쪽에는 화순리, 

남동쪽으로 난드르(대평리) 등 행정구역상 3개리의 

경계에 걸쳐 있는 오름으로 남쪽 해안 쪽으로 

심하게 침식을 받아 뚜렷한 형체를 알 수는 없으나, 

북동향 및 남서향의 3개의 말굽형 화구를 

갖고 있는 복합형 화산체이다.


오름 남동쪽에 두 갈래의 깊숙한 골짜기가 

대평리 포구 쪽으로 패어 있으며, 

그 하나가 밑에서 해안단애로 이어지는 곳에 

'박수'라고 불리는 폭포가 있다. 

대평에서 화순으로 넘어가는 벼랑을 쪼아서 만든 

일명 '좃은다리'라는 벼랑길이 있어서 

대평과 화순 사이에 지름길 구실을 했었다고도 한다.



오름 남서사면 화구 안의 넓고 평평하여 

과수원과 밭이 조성되어 있는 곳을 제외하면

 전 사면은 해송과 잡목이 우거진 숲을 이루고 있다.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 시야를 가리지만 

오름 중턱 곳곳이나 정상에서 산방산의 

웅장한 모습을 감상할 수 있고, 

멀리 형제섬과 송악산을 잇는 해안선, 거대한 산체를 

자랑하는 군메의 위용과 바다 위를 떠다니는 유람선 등을 조망할 수 있다.



오름 서쪽 사면에는 망꾼들이 길어다 먹었다는 샘 

'망한물'이 있으며 그 남쪽 올레길로 걸어가다 보면 

언덕에 유반석이라고 불리는 큰 바위가 있다. 

이 유반석이 있어서 화순 동동에는 

글을 잘 하는 사람이 많이 나온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기도 하며, 

이 유반석은 화순해수욕장 서쪽 썩은다리 오름에 있는 

일명 무반석과 대조를 이룬다고 한다.


올레길을 따라 계속 남쪽으로 향하면 

오름 정상으로 오르는 계단길이 나온다

올레길은 주변의 나무나 잡초가 베어지고 

깨끗하게 정리가 되어있어 뚜렷하게 나 있지만


오름 정상가는 길은 초입부터 잡초가 무성하고

 사람이 다녔던 흔적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황량했다

오름 정상에는 운동기구가 여럿 설치되어 있지만 

크게 자란 풀들 틈에서 사용한 흔적도 없이 녹슬어 가고 있었다.



아무도 돌보진 않지만 무심한 듯 

앉아 있는 나무의자가 있어 잠시 쉬며


목을 넘는 물 한잔의 시원함과 

구름모자를 쓴 산방산의 시원한 풍경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정상을 내려오면 올레길은 계속 이어져 

안덕계곡 하류 절벽을 돌아 다시 화순리를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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