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도2동
시간과 시대가 이어지는 마을
지금까지의 마을들이 대부분 과거의 이야기를 담은 현재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이곳 마을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마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무척이나 추웠던 그런 어느 날, 바람을 피해서 들어간 골목은 입구부터 눈길을 사로잡았다.
제주의 올레길이 마을을 시가지를 지나가다니? 어쩌면 당연할 수 있는건데 시골마을을 지나는 올레는 익숙하고 시내를 지나는 올레는 낯설어서 그러는게 아닐까! 올레17코스가 지나는 삼도2동! 이유를 떠나서 시작부터 기대가 된다.
그리고 그 기대는 절대 실망시키지 않았다. 골목을 들어서는 순간,
이건 뭐지? 갑자기 80년대인가?
요즘의 유행이 레트로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 유행에 딱 어울리는 세월이 느껴지는 간판, 알루미늄 샷시(표준어표기. 새시) 의 단층 건물이 맞이해준다.
이 동네의 색이 이런 것인가! 심지어 요즘 보기 힘든 필름카메라를 수리할 수 있는 곳이라니, 식당인줄 알았더니 책방이라니? 반전 매력에 혼자 미소 짓게 된다. 그런데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든다. 단 몇 걸음에 모든 매력을 쏟아내는 것인가?
참으로 오래된 마을의 모습이 좋아서 빠져 들어가는 순간, 훅 잡아당기는 그것.
시작부터 매력의 끝판왕이 아닌가 생각된다.
돌담벽이 매력적인 아담한 단층건물, 짧은 순간 과거여행을 제대로 하고 돌아왔다.
이제 겨우 골목을 몇 걸음 들어섰을 뿐이고, 건물 3개에 이미 홀렸을 뿐이고, 그럼 본격적으로 삼도2동의 여행을 시작해보자.
조금 더 들어온 골목에서 더 멀리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보자. 마을의 중심에는 향사당 이라는 정자가 위치하고 있다.
향사당은 고을의 한량(閑良)들이 봄·가을 2회 모임을 갖고 활쏘기와 잔치를 베풀며 당면 과제나 민심의 동향에 대하여 논하던 곳이다. 처음 정자가 건립되었던 곳은 가락천 서쪽이었다. 1691년(숙종 17) 제주도 절제사 이우항(李宇恒)과 당시 판관(判官)이던 김속(金涑)이 지금의 자리로 옮겨 짓고 향사당(鄕射堂)이라 이름 붙였다. 그후 100년이 지난 1797년(정조 21) 방어사(防禦使) 유사모(柳師模)가 그 이름을 향사당(鄕社堂)이라 고쳐 불렀다.건물은 좌수(座首)의 처소로 쓰였으나, 1879년(고종 16)에는 부지 전체가 신성여학교 교지(校地)로 이용되었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향사당 [鄕社堂] (두산백과)
시내 한가운데 자리 잡은 옛 느낌의 건물이 더욱 운치가 있다.
향사당의 입구를 찾지 못했다. 마침 지나가는 한무리의 모습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뭔가 아슬아슬한 모습에 제대로 말을 걸어보진 못했지만, 말의 발걸음을 따라하는 퍼포먼스가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마을에는 추천하는 포토존이 있다. 한때 제주의 어느 관광지를 가면 그 신기함에 사진을 찍곤 했던 트릭아트가 그것이다.
지나는 길목에 있긴 하지만, 그 앞에 주차된 차량들로 인해서 눈에 띄지 않는 것 같아서 아쉽다. 제발 불법주차는 그만!
마을의 이야기는 늘 새롭다. 이번 투어의 코스는 지도앱의 도움으로 결정했다. 마침 눈길을 확 사로잡는 표기가 있다. [영화의 거리]. 제주도에 그것도 시내 한가운데 영화의 거리라니..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영화의 거리라는 이름에 어울릴만한 뭔가를 찾지 못했다. 이곳이 영화 촬영의 배경이 되었던 곳인지, 아니면 제주에서 활동하는 영화인들이 모여 있는 곳인지, 이름과 관련된 어떤 걸 찾지 못해서 아쉬움이 남는다.
아쉬움은 뒤로하고, 시내 한가운데서 아주 재밌는 볼거리를 발견했다.
제주의 초가가 그대로 보존되어있는데, 시골의 어느 마을이 아닌 현대식 높은 건물들 사이에 위치를 하고 있다. 부조화 속의 조화로움이랄까?
호기심에 가까이 가보니, 누군가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조심히 외관만 둘러봤다.
혹여 이곳을 지난다면, 거주하시는 분들이 불편하지 없도록 조심해주길 바란다.
이곳 마을에는 또 다른 역사적인 이야기가 있다. 광해군 적소터. 광해군의 제주유배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광해군(光海君, 1575 ~ 1641) 은 조선의 15대 왕으로 1608년 ~ 1623년까지 15년간 재위하였다. 1623년 인조반정에 의해 혼란무도 실정백출 이란 죄로 폐위되었다.
처음 강화도 교동으로 위배되었다가, 1637년(인조 15) 제주에 이배되어 유배생활을 하다가 1641년(인조 19) 7월 1일, 예순일곱의 나이로 제주에서 생을 마감했다.
남환박물지(南宦博物誌, 조선후기 문신학자인 이형상이 저술한 제주도 인문지리지)에는 적소(謫所:귀양살이하는 곳)가 서문안에 있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현재 중앙로상점가 국민은행 입구에 광해군의 적소터를 소개하는 표석이 설치되어있다.
이처럼 이번에 찾아간 삼도2동은 시간을 거슬러 참으로 오래전의 역사적인 이야기까지, 번화가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마을보다 더 많은 이야기들을 안고 있었다.
그리고 아직 못다한 이야기가 남아있다.
이곳 마을의 모습은 다시 연재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우선 마무리하려한다.
코로나가 진정되고 따뜻한 시간이 찾아올 때, 못다한 이야기를 이어가보자.
시간이 지날수록 마을 이야기를 담을 때 조심스러워진다.
여행은, 마을투어는 항상 나와 상대의 안전을 위해 방역수칙을 반드시 지켜주기 바란다.
사진, 글 제공 김형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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