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누피가든
하루 종일 머물 수 있는 아름다운 정원
입추가 지나고 나니 정말 신기하게도 떠나지 않을 것 같던 무더위가 물러난다. 매일 대지를 적시는 빗방울로 꿉꿉함을 견뎌야 하지만 쨍쨍한 더위가 없어지니 그나마 숨통이 트인다.
장마와 방학이 겹치니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비 오면 뭐 어때?’라는 마음으로 아이들과 함께 조금씩 움직여본다. 점점 더 늘어나는 코로나 확진자 수에 되도록 야외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닌다. 하지만 어느 곳이든 주말이면 붐비지 않는 곳이 잘 없다.
코로나로 심각한 상황에서도 지친 마음을 달래기 위한 여행은 지속된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매일 매일 집, 학교 또는 집, 회사에서만 보낼 수 없어 가끔씩이라도 기분 전환 겸 산책을 나가지만 제주도는 관광지라 어디서든 사람을 피해 다닐 수는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넓은 정원을 가진 관광지가 많다는 것이다.
일반 숲길을 다녀도 좋지만, 잘 정비된 곳 특히 좋아하는 캐릭터가 있는 곳이면 더할 나위 없이 힐링이 된다. 이에 오늘은 스누피가든에 다녀온 이야기를 하려 한다.
처음 스누피가든이 들어섰을 때부터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생각보다 입장료가 부담스러워서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아부오름 옆을 지나가다가 슬쩍 보게 된 스누피가든의 정원이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고, 몇 달 후인 8월 드디어 스누피가든에 가보게 되었다.
주말이라 사람이 많을 것을 예상했지만, 마침 비가 오니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유명한 곳이라 그런지 조금 붐비는 모습이었다. 매표소에서 오랜만에 느껴보는 바글거림을 만난 뒤 안으로 입장했더니 조금은 여유로운 풍경이다.
건물 내에 전시를 관람하는데 약 20분 정도가 소요되는데, 이 때를 제외하곤 그렇게 많은 사람과 부딪힐 일이 거의 없다. 실내 전시장에는 직원들이 한두 명씩 돌아다니면서 마스크를 올바르게 착용하라는 이야기를 계속 하기도 하고 각 코너마다 소독제가 비치되어 있어 보일 때마다 소독을 했다.
안적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실내 전시관을 돌아보고 야외로 나가려는데 갑자기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비를 보며 잠시 사색에 잠겼다. 신나게 뛰어 놀 준비가 되어 있던 아이들도 멍하니 서서 창밖을 바라본다.
우비를 구입할까 그냥 우산을 들고 갈까 고민하다가 젖어도 좋다는 생각으로 우산만 달랑 들고서 출발했다. 가든 내를 순환하는 버스를 이용하려 했지만 대기줄이 너무 길어 걸어가는 쪽을 선택하고 비가 쏟아지는 모래밭 위를 걸었다.
폭포를 지나 우든어드벤처 앞에 오니 비가 서서히 그치기 시작했다. 흔들거리는 다리 위를 지나니 캠핑장이 나왔다. 비가 오지 않았다면 조금 더 즐길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비가 오기 때문에 더욱 운치 있다.
그래도 비는 점점 그치는 분위기다. 여러 테마로 꾸며진 정원을 마음껏 돌아다니다보니 슬슬 배가 고파온다. 식사를 하기엔 부담스러운 시간이라 간단한 간식거리를 찾던 찰나 암석원을 지나 카페가 눈에 띄었다.
얼른 카페로 들어가니 달콤한 디저트 향이 솔솔 난다. 커피와 케잌을 주문해 창밖에 떨어지는 비를 바라보며 또 사색에 잠겼다. 카페도 넓어서 이용객들이 뚝뚝 떨어져 않으니 우리만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날씨가 좋을 때는 야외카페를 이용해도 좋을 것 같다.
카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나오니 어느덧 비가 그쳤다. 이제는 조금 더 자유롭게 뛰어다닐 수 있게 됐다. 마침 만나게 된 하이라인 데크에서는 우산 없이 하늘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었다.
처음 스누피가든에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른들에겐 정말 좋은 공간이지만 아이들에겐 어떨지 모르겠다는 평을 많이 들었었다. 그런데 실제로 와보니 어른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사색의 공간이기도 하고, 아이들에게도 자연과 함께 다양한 체험을 해볼 수 있는 시설들이 잘 되어 있었다. 딱 적당한 위치에 있는 디저트카페와 다양하게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가든 체험까지 기본적으론 2시간 정도가 소요되고(카페시간포함) 조금 더 천천히 둘러보면 하루 종일 머물 수도 있는 곳이다.
처음에는 너무 부담스럽게만 느껴지던 입장료가 저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스누피가든은 많은 여유시간을 두고 천천히 둘러봐야만 그 진가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사진, 글 제공 조희연 객원기자
스누피가든
- 주 소 : 제주시 구좌읍 금백조로 930
- 연 락 처 : 064-1899-3929
- 운영시간 : 매일 9시~19시
- 입장료 : 성인 18,000원, 청소년 15,000원, 소인 12,000원
'제주시 - 동쪽여행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주오름 고요한 아름다움이 스며든 ‘물영아리’ (0) | 2021.09.23 |
---|---|
제주여행의 시작, ‘제주국제공항’ (0) | 2021.09.15 |
[조천읍]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제주숲길 ‘삼다수숲길’ (0) | 2021.08.26 |
[조천읍]비 오는 날 걷기 좋은 제주 숲길 ‘교래자연휴양림’ (0) | 2021.08.02 |
[구좌읍]제주도 동쪽 오름, 오름의 여왕 ‘다랑쉬 오름’ (0) | 2021.07.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