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백록담
언젠가는 가야하는 곳, 백록담
360여 개의 기생오름을 거느리는 한라산은 마치 오름의 ‘끝판왕’과 같다. 한라산은 고도 1950미터의 위엄을 자랑하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는 이 상징에서 이미 꼭 한번 가봐야 할 곳, 언젠가는 가야하는 곳으로 각인되어 있지 않을까?
다양한 의미와 상징성을 가진 한라산 백록담을 향한 여정은 특별하다. 제주도민이 아니라면, 더군다나 등산을 즐기지 않은 ‘비산악인’이라면 여름의 한라산 등반은 크나큰 ‘도전’처럼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한라산을 오르다 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한라산은 정복해야할 도전의 대상이 아니라 관대함이 넘치는 신의 품속처럼 느껴진다. 왜냐하면, 우리의 체력을 극한으로 몰고 가지 않기 때문이다. 약 900여 미터에서 등산로가 시작되는 성판악 코스에서 본격적인 등산을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2/3 정도가 가파르지 않은 숲길이기 때문에 숨이 턱까지 차오르거나 거대한 바위들이 내 앞길을 막지 않는다. 그만큼 한라산은 누구에게나 자신의 풍광을 허락하는 관대한 산이다.
이미 제주도의 지형이 한라산 자체이기 때문에 해안에서부터 등반의 여정이라고 봐야한다. 물론 1950여 미터의 산을 가벼운 마음으로 오를 수는 없다. 왕복 20키로에 가까운 거리, 4시간 이상 쉬지 않고 걸어야 백록담에 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새벽 7시에 성판악 휴게소에 도착해 등산을 시작한다는 최소한의 부지런함만을 가진다면 한라산은 그 누구에게나 가장 높고 웅장한 백록담을 허락한다.
아침 7시에도 성판악 주차장은 만차에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 활기를 에너지 삼아 정상까지 오를 수 있었다.
1시간 가량 산책로에 가까운 등산로를 오르면 속밭대피소에 다다르게 된다. 아직 체력적인 여유가 있어 1시간 반 가량을 더 오르면 진달래밭대피소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간식을 잘 챙겨먹는다면 그 다음 백록담까지도 힘들지 않게 갈 수 있다.
진달래밭대피소를 지나면 짙은 녹음조차도 조금씩 지루해질 무렵이 되지만 그만큼 정상과는 더 가까워졌다. 백록담은 성큼성큼 조금씩 가까워짐을 낮은 고도에서 볼 수 없었던 고사목과 조금 더 시원해진 바람들로 느낄 수 있다.
탁 트인 1600미터 이상의 고도에서 느끼는 바람과 구름들은 정상 정복이라는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잊게 해준다. 조금 더 힘을 내 걷고 또 걸어 지루한 계단 끝에 영험한 백록담에 다다른 순간 4시간 가량의 지루함을 날려준다.
막상 정상에 다다르면 백록담에 대한 아름다움에 대한 감동보다는 가장 높은 산 정복에 대한 감격이 더 큰지 정상비석 주위에는 사진 인증을 하기 위한 줄이 가장 먼저 보인다.
한라산의 날씨를 두고 신(神)만이 아는 비밀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변덕이 심해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백록담. 이날은 그 백록담을 1000% 만끽할 수 있는 날씨였다. 정상인 백록담 주위가 바람이 많이 불고 해를 피할 그늘조차 없어 사실상 오래 머물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지만 정상 인증(?)을 끝낸 사람들은 옹기종기 모여 앉아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의 감동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느끼고 싶어하는 듯 했다.
한라산 등반 시 겨울을 제외한다면 필수로 챙겨야 할 장비는 없다.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고 데크길도 꽤 많이 차지하고 있어 스틱이나 장갑 등을 필수로 챙겨야 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 걷고 올라야 하기 때문에 넉넉한 간식과 물은 필수이다.
글·사진제공 이연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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