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릿내오름
단 시간에 오른 정상에서 황홀한 제주를 만나다
오름을 오르거나 숲 속을 헤매며 제주의 자연을 누리기 가장 좋은 계절이다. 아직 그렇게 덥지도 않고, 가끔 불어오는 바람에 걸을수록 기분이 좋아지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가 또다시 우리의 일상을 침범하려 하지만,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대처법을 마련해두어 예전보다는 대응이 빨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마 이번 대유행이 마지막일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모두가 노력해준다면 곧 코로나로 마비됐던 일상이 돌아올 것이란 생각이 든다.
오늘은 제주도 여행 1번지인 중문관광단지에 위치한 산책하기에 딱 좋은 높이의 ‘베릿내오름’을 소개한다.
‘베릿내오름’은 세 봉우리로 된 삼태성형(蔘台星形)인데다 바로 옆으로 은하수처럼 내(川)가 흐른다하여 성천봉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베릿내 오름은 삼태성형이라 했듯이 세 봉우리로 이루어져 각각 동오름, 섯오름, 만지섬오름으로 나누어 불리기도 한다.
내(川)쪽은 베리(벼루)를 이루는 바위 절벽이고, 오름 기슭에는 만지세미라는 샘이 있다. 동오름은 북쪽기슭 자락이 중문동 중심가 쪽으로 펼쳐지고, 그 사이에 얕게 화구가 벌어져 있다.
주봉이라 할 수 있는 섯오름은 서사면이 그대로 천제연 계곡으로 내리지르고, 남서쪽 기슭에는 관광어촌이 조성되어 있으며, 북서부분의 만지섬오름은 천제연쪽으로 화구가 벌어져 있다.
오름 서쪽 천제연계곡 양안은 울창한 난대림을 이루어 식물학적 측면에서 귀중한 가치를 지니며, 특히 이곳에는 환경부 특정야생동식물(식산1)로 지정된 솔잎난과 담팔수 등 희귀식물이 자생하고 있어 일대가 천연기념물(182 -7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중문관광단지의 중문컨벤션센터와 중문해수욕장을 잇는 길 가운데 화장실과 함께 작은 주차장을 겸한 ‘베릿내오름’의 입구를 발견할 수 있다. 입구에서부터 하늘에 올라가는 것과 같은 높은 계단이 이어진다. 중간지점에 올라 뒤를 돌아보면 눈부시게 아름다운 제주도의 푸른 바다가 끝없이 펼쳐진다.
계단의 끝부분, 정자가 나타나고 갈림길이 나타난다. 오른쪽으로 가면 정상, 왼쪽으로 가면 광명사로 갈 수 있다. 어차피 두 길이 다 이어져 있으니 어느 쪽을 택하든 크게 차이가 있지 않지만, 정상에 먼저 간 뒤에 광명사 쪽으로 돌아보는 것이 조금 더 오르기 쉽다.
정상까지는 대부분이 계단이긴 하지만, 나무로 튼튼하게 잘 만들어져 있어 오르는 데에 크게 힘이 들지는 않는다. 그렇게 잘 가꿔진 길을 따라 조금만 더 올라가면 바로 정상을 만날 수 있게 되는데, 높지 않은 오름이지만 정상 주변이 시원스럽게 펼쳐져 북쪽으로 웅장하게 내려앉은 한라산과 남서쪽으로 마라도, 가파도까지 조망할 수 있다. 한라산까지 가는 시야에 예전엔 없던 높은 건물들이 조금 걸리긴 하지만, 신경 쓰지 않으면 크게 문제되지 않을 정도다.
정상에서는 넓은 전망대로 간편하게 식사를 해결하는 팀이 몇몇 보인다. 잠시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휴식을 취한 뒤 정상에 우뚝 선 곰솔 바로 옆으로 나 있는 내리막길을 따라 광명사로 향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걷는 코스에 신경 쓴 흔적이 눈에 보이는 곳이다. 바닥 아래가 편안하니 주변을 둘러보는 눈이 더욱 자유로워졌다. 광명사로 향하는 길은 베릿내오름의 굼부리를 도는 길로 굼부리는 대부분 묘지로 이용되고 있다. 나무데크길이 끝나는 곳에 광명사가 위치하고 있는데, 광명사에서 다시 아래로 내려가 천제연폭포로 향하는 길 반대쪽으로 가면 처음 출발했던 곳으로 되돌아 갈 수 있다.
원래 이 길은 천제연폭포로 바로 갈 수 있도록 이어져 있지만, 입장료 때문인지 길을 막아놓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반대쪽 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시작점.
정상까지만 갔다가 내려올 생각으로 갔던 베릿내오름은 둘레길까지 다 돌아보고 나서야 더욱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오름 둘레길을 돌며 볼 수 있었던 푸르른 바다와 눈부신 하늘의 풍경은 코로나로 힘들었던 일상을 위로받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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