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가을은 분홍빛으로 변화하고 있는 중...
몇 해 전부터 제주도에는 핑크뮬리를 볼 수 있는 장소가 많아지고 있다. 제주도의 가을을 떠올리면 은빛으로 찰랑이는 억새가 가장 먼저 떠오르곤 했는데, 요즘은 핑크뮬리가 대세다.
듬성듬성 있을 때는 아름답다는 느낌이 없었는데, 모여 있으니 제주 햇살과 함께 아주 아름답게 일렁이는 모습이 참 곱다.
제주도내의 여러 카페나 음식점 그리고 관광지 등에서 핑크뮬리를 가져와 심어두어 분홍빛의 제주도를 만나는 것은 이제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그 중 갑자기 핫플레이스가 되기 시작한 ‘카페 새빌’은 억새가 만발한 새별오름을 배경으로 핑크빛의 핑크뮬리를 감상할 수 있어 코로나로 거리두기를 하는 시점에도 사람들로 넘쳐났다.
원래 사람이 많은 곳을 싫어하지만, 이번에 제주도를 여행 온 친구의 부탁으로 한 번 가보게 되었다.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솔직히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장면은 오랜만에 보게 되었다.
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는 명소가 되었다.
여유롭게 커피 한 잔, 디저트 한 조각을 하려해도 자리도 없고, 빵들은 북적이는 사람들 틈에서 먼지가 자욱한 듯해 왠지 손이 가지 않는다. 커피 한 잔을 구매하기 위해 사람들은 길고 긴 줄을 하염없이 서서 기다린다.
예전이라면 이런 모습이 참 익숙할지도 모르지만, 최근 들어 이토록 많은 사람들을 구경한 적이 없어 솔직히 불안한 마음이 커졌다.
함께 온 친구에게 주문을 부탁하고 멋진 풍경을 보며 힐링이라도 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여전히 사람들은 많았지만, 견딜만한 수준이다. 핑크빛으로 물든 들판의 모습은 아주 낯설긴 하지만 아름다운 건 사실이다.
몇 해 전 핑크뮬리가 제주도에 많지 않던 시기에 작은 카페에서 핑크뮬리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들은 적이 있었다.
이 핑크뮬리는 미국 서부~중부의 따뜻한 지역의 평야에서 자생하는 식물이며,
제주도에 억새가 길 가에 흔하게 피듯 미국 길가에 흔히 피는 식물이라는 이야기다.
그 당시만 하여도 제주도에 이렇게 빠른 속도로 핑크뮬리가 퍼질 것이라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제주도에서 볼 수 있는 황금빛의 억새가 더 예쁘다는 생각도 함께 말이다.
왠지 그리 반갑게 느껴지지 않는 식물이었지만, 제주의 청량한 하늘과 함께 만나는 핑크뮬리는 정말 아름답긴 하다.
아름다운 풍경을 눈앞에 두고도 잠시 깊은 생각에 사로 잡혀 있는 사이 주문을 하러 갔던 친구가 빈손으로 돌아왔다.
친구도 너무나 긴 기다림에 지쳐버린 것이다.
이내 우리는 핑크빛으로 물든 제주도의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온갖 부정적인 이야기를 함께 이어갔다.
그런데 몇 일전 서귀포시에서는 외래식물인 ‘핑크뮬리’ 관리방안을 마련한다는 기사가 눈에 띄었다.
핑크뮬리에 대해 생태계 위해성 평가를 실시한 결과 2급으로 평가되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며,
가능한 식재를 자제 또는 다른 수종으로 교체하도록 권고한다는 기사다.
아마 제주도에서 핑크뮬리를 만날 수 있는 건 올해가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핑크빛으로 물든 제주도도 나름 매력이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내 마음을 설레고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황금빛의 억새인 것 같다.
핑크뮬리에 대한 관리가 어떻게 이루어질진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 핑크빛의 제주도를 아름다운 사진으로 기억해두어도 좋을 것 같다.
카페 새빌
제주시 애월읍 평화로 1529에 위치.
매일 9시 30분~20시까지 운영. 연중무휴
메뉴는 아메리카노 5,500원, 카페라떼 6,500원, 카푸치노 6,500원
전화는 064-794-0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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