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산리
난미 밭담길을 따라가는 여행
제주의 마을 여행을 떠날 때는 항상 생각한다.
이번 여행에서 제주스러운 풍경을 많이 볼 수 있기를..
제주는 상대적으로 서쪽보다 동쪽이 아직은 제주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이번 여행은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제주의 동쪽마을 ‘난산리’ 로 떠나본다.
제주시 성산읍 소재인 이곳 난산리는 해발 50미터에 위치하고 있는 아주 조용한 마을이다.
난산리의 지형이 난초의 모양이라서 ‘난야리’ 로 불리다가 이후 ‘난미’, ‘난뫼’ 로 불렸고, 이를 한자로 표기해 현재의 난산리가 되었다.
안내도와 같이 이곳 마을은 난미 밭담길이 조성되어있어서, 처음 방문하는 이들이라면 밭담길의 안내와 같이 여행한다면 이 마을의 숨겨진 아름다운 모습을 볼수 있을 것이다.
‘난미 밭담길’ 이란, 2016년 지역행복생활권 선도사업으로 추진하는 FAO세계중요농업유산(GIAHS) 제주밭담을 활용한 농촌마을6차산업화사업으로 제주밭담과 농촌의 문화, 환경을 체험하고, 지역홍보와 활성화를 위해 조성된 난산리 밭담길이다.
제주에 살면서 처음 방문해 보는 곳이기도하고, 마을여행의 시작으로 딱 좋겠다고 생각된 리사무소에서 여행의 첫발을 내딛는다.
참으로 아담하고 아름다운 이곳 마을은 현재 ‘제2공항’ 문제로 마을 곳곳에서 많은 상처의 흔적들을 볼 수 있었다. 이번 여행의 시작은 마음이 좀 아프다.
이곳을 시작으로 지도앱의 힘을 빌어 마을의 구석구석을 다녀보자.
정류장 앞을 지나는 도로를 기점으로 양쪽으로 나눠서 둘러보기로 했다.
생각보다 코스는 복잡하지 않다.
모든 마을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각종시설들이 한곳에 모여 있다는 점이다.
리사무소, 경로당, 복지회관, 보건소 등 각종 시설들이 모여 있어서 이용이 편리할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조용한 경로당은 어쩜 코로나가 아니었어도, 대부분 밭일을 하시느라 찾아오는 이가 없어 조용했을 것 같다.
버스가 지나는 길을 따라가면서 길가로 보이는 돌담과 그 너머로 익어가는 감귤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걷는 내내 눈을 뗄 수가 없다.
누군가가 일부러 색을 만들어 낼려고 해도 이런 매력적인 조합은 만들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파란 하늘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긴 하다.
제주 뿐 아니라 대부분의 시골에서는 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폐교하는 곳이 늘어간다.
관리가 안 된 넝쿨들 사이로 오래된 건물이 보이는데, 이곳은 옛 난산초등학교의 터 이다.
1934년 개교 후 61년간 1120명의 어린이들의 배움의 터 였던 이곳은 1995년 3월1일자로 폐교되고, 신산초등학교로 통합되었다고 한다.
이곳에 새겨진 비석의 글귀가 마음이 아프다. 어쩌면 관리되지 않는 건물을 보고 나서 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다른 마을들의 폐교와 같지 않더라도 정돈이 된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길을 걷다 마을분의 호기심에 잠시 대화를 나눠봤다. 아마도 외지인의 사진촬영모습이 궁금하셨나보다. 얘기 중에 마을의 유산과 같은 곳을 알려주신다.
‘면의마루’ 라는 곳으로 아직 길 따라 더 가야한다고 하시는데, 이런.. 지도앱에서는 제대로 확인이 되질 않는다.
그렇게 계획에 없던 일정을 하나 더 추가해서 열심히 발걸음을 옮겨본다.
아직 멀었다. 그나마 작게라도 이정표를 찾아서 길을 잃지는 않았구나하는 안도를 하게 된다.
그렇게 10여분을 더 걸은 후에 목적지인 면의마루에 도착을 했다.
알려주신 분의 말씀에 따르면 과거 조선시대 제주의 3읍성인 제주목, 대정현과 정의현의 대표들이 회의를 하기 위해 그 중심이 되는 곳에 모였는데, 그곳이 바로 면의마루라고 한다. 보다 정확한 정보를 찾아보려 했지만, 검색으로 찾을 수는 없었다.
이곳 정자에서는 난산리 마을을 비롯해 성산일대를 다 볼 수 있었으나, 지금은 마을마다 많이 자라버린 나무들로 인해 많이 가려져 있다.
그래도 멀리 성산일출봉을 비롯해서 우도봉까지 보이는 경치는 일품이다.
이번 마을 여행 역시 다양한 볼거리로 충분히 매력적인 시간이었다.
마을 전체에서 느껴지는 갈등에 따른 아픔과 걷는 동안 잠시 잊게 만드는 다양한 마을의 정취, 그리고 밭담이 어우러진 시골풍경.
다행인지 아쉬움인지 아직 이 마을은 유명한 맛집이나 카페가 보이지는 않는다.
그냥 조용한 한 시골마을의 정취를 그대로 가지고 있을 뿐.
그리고 여행의 중간에서 만난 난산리큰집, 하늘게스트하우스 등 눈에 익은 이름들, 개성 있는 청춘들의 열정이 담긴 공간 역시 마을의 정취에 자연스레 물들어 있어서 좋았다. 건물을 부수고 새로이 짓고, 기존의 것들이 사라지는 게 아닌 기존의 모습을 존중하며,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그런 열정들을 응원한다.
올레길을 걷는 것보다 더 스스로와 이야기 할 수 있었던 난산리 마을을 조용히 떠나는 제주여행자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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