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눈이오름
상쾌한 바람에 몸을 맡기고 한들한들 춤을 추는 억새
매년 여름이면 시원한 바다를 찾아가듯 가을이 되면 황금빛 물결이 출렁이는 오름을 찾아 나선다.
특히 용눈이오름은 꼭 가을이 아니라도 한 번씩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다녀오곤 하는 오름 중 하나이다.
제주도에서 살면서 가장 좋은 것은 바로 이런 자연을 무한히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여름엔 바다, 가을엔 오름, 겨울엔 숲, 봄에는 들판으로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자연을 제주도 곳곳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다.
모든 계절이 다 아름답고 좋지만, 특히 이 가을은 높은 하늘의 둥둥 떠다니는 구름만 보아도 하루 종일 싱글벙글 기분이 좋아진다.
구좌읍 송당리에서 성산 쪽으로 가는 중산간도로에 위치한 ‘용눈이오름’은 용이 누워 있는 모양이라고도 하고
산 한 가운데가 크게 패어 잇는 것이 용이 누웠던 자리 같다고도 하며,
위에서 내려다 보면 화구의 모습이 용의 눈처럼 보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탐방로를 재정비해 정상까지 가는 길이 조금 멀어졌지만,
양쪽으로 울타리를 예쁘게 만들어 오름에서 노니는 말도 구경하며 걷기가 더 좋아졌다.
그리고 이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오름 주변의 다양한 풍경도 즐길 수 있다.
넓고 길게 이어진 길을 졸졸 따라 정상에 도착하면 용눈이오름이란 이름과 닮은 용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용눈이오름은 다른 오름들과는 다르게 정상에 원형부화구 3개가 연이어 있고, 그 안에는 동서쪽으로 조금 트인 타원형의 분화구가 있다. 전체적으로 산체가 동사면으로 얕게 벌어진 말굽형 화구를 이루고 있어 여러 각도에서 다양한 모습의 주변 풍경을 즐길 수 있다.
분화구 주변을 도는 내내 한라산이 따라다니는 것처럼 다양한 모습의 한라산을 감상할 수 있으며,
먼 동쪽으로는 성산일출봉과 우도까지 보여 오름 위에 가만히 서서 빙글빙글 돌며 다양한 제주를 만나볼 수 있다.
또 가장 가깝게 위치한 다랑쉬오름과 손자봉, 동거미오름의 모습도 색다르게 다가온다.
용눈이오름은 오래 전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아온 오름이라 그런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지만,
이 때문에 아픔도 많은 오름이다.
현재 정상부분이 훼손되어 복구하는 작업을 하는 중이다.
예전엔 크게 눈에 띄지 않았던 탐방로를 이어 놓으니 용눈이오름이 아닌 것 같은 분위기도 풍기지만,
자연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고 자유롭게 탐방하려면 이처럼 탐방로가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보인다.
또한 이 탐방로 덕분에 분화구의 아름다운 곡선이 지켜질 수 있을 것 같아 보인다.
길게 뻗은 탐방로를 바라보고 있으면, 그 끝에 닿은 한라산까지 바로 걸어갈 수 있을 것만 같은 모습이다.
천천히 사뿐사뿐 걸어 용눈이오름의 분화구를 한 바퀴 다 돌고나면
마치 제주도를 한 바퀴 돌아본 것 같이 아름다운 풍경의 여운이 오랫동안 머릿속을 맴돌게 된다.
이 가을, 붉은빛의 억새가 은빛으로 물들 때까지 다양한 매력의 제주의 모습을 만나보려 한다.
마스크와 함께 하는 오름 탐방은 숨이 거칠어지긴 하지만,
숨이 가쁠 때마다 좀 더 쉬어가며 더욱 천천히 자연과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조금만 더 모두가 서로 배려하고, 노력하여 마음껏 제주도를 여행할 수 있는 날이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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