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맺음과 이음’의 차이
“‘잃어버린 마을’이라 쓰고, ‘잊지 말아야 할 마을’이라 읽는다.”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마을 ‘자연마을’
시골에서 여러 가구가 모여 살면서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마을을 뜻하는 ‘자연마을’은 취락과 동일한 개념으로,
우리나라 행정의 공간적 위계인 시군, 읍면동, 법정리, 행정리 위계에서 행정리보다 더 작은 공간 단위를 의미하는 것을 ‘자연마을’이라 한다.
이처럼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마을은 다양한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하는데….
(사회적 측면) 지역 주민들 간의 연대와 상호 의존성을 증진시키고,
(문화적 측면) 지역의 문화와 전통을 보존하고 전파할 기회를 제공하며,
(경제적 측면) 지역의 자원과 산업을 바탕으로 한 지역 경제가 발전되고,
지역 내 상호 교류와 지역 상품 판매 등으로 경제적 자립성을 향상시키기도 한다.
전국에 얼마나 많은 자연마을이 존재할까?
「농림어업총조사(2020년 기준)」에 의하면 전국적으론 38,081개의 자연마을이 존재하며, 그중 제주에는 전국 대비 0.61%에 해당하는 234개의 자연마을이 존재한다고 한다. 자연마을이 가장 많은 행정구역으로는 경상북도 7,446개(19.55%), 전라남도 6,191개(16.26%), 충청남도 5,443개(14.29%), 전라북도 3,989개(10.48%), 충청북도 3,954개(10.38%), 경상남도 3,583개(9.41%) 등의 순이며,
5년마다 조사되는 ‘자연마을 현황 증감률’을 보면 2010년 대비 전국적으로 24.1% 감소했으며,
감소 격차가 가장 큰 지역은 충청남도(△41.2%), 경기도(△35.3%), 강원도(△32.8%), 경상남도(△29.8%) 등으로 나타났으며,
제주지역의 감소율은 △16.1%로 나타났다.
※ 한편, 제주도 소재 행정 시의 통계연보(2020년 기준)에는 제주시 317개 자연마을,
서귀포시 176개 자연마을로 농림어업총조사(통계청) 자료와는 다소 차이가 있음.
왜 자연마을이 점점 감소할까?
마을 소멸(지방 소멸) 등은 주로 인구 감소, 노령화, 경제적 고립, 지방간의 경쟁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 자연적인(일반적) 원인도 있겠지만,
오늘 우리가 방문한 ‘잃어버린 마을’의 경우처럼, 인간의 가장 큰 재앙 중 하나인 전쟁과 같이
‘사람에 의해’ 주민의 희생은 물론, 건물, 인프라, 문화유산 등이 파괴된 4‧3사건 대표적 피해 마을인
‘잃어버린 마을, 곤을동’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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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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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하여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미 군정기에 발생하여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에 이르기까지 7년여에 걸쳐 지속된,
한국 현대사에서 한국전쟁 다음으로 인명 피해가 극심했던 비극적인 사건이었다.
<출처 : 제주 4‧3사건 진상조사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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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마을, 곤을동’
제주시 화북 1동 서쪽 바닷가에 있던 마을로, 별도봉 동쪽 끝자락에 ‘안고을 22가구’,
화북천 두 지류의 가운데 ‘가운데곤을 17가구’, ‘밧고을 28가구’ 등 약 70여 호로 이루어졌던 마을이지만,
1949년 1월 4일 – 5일 양일간에 군인들에 의해 초토화되면서 복구되지 못한 잃어버린 마을이다.
(마을 소개 자료 등 일부 발췌)
제주 올레길 18코스(곤을서길과 별도봉길)와 이어져 있어 ‘잃어버린 마을, 곤을동’을 방문하기엔 큰 어려움이 없었고, ‘곤을서길’을 걷다 보면 만나는 ‘4‧3 유적지 곤을동’ 이정표가 우리를 맞이해줬고, 바다와 화북천이 만나는 돌다리를 건넜다.
숙연해진 마음의 ‘곤을동’
곤을동 마을에 발을 딛는 순간, 숙연함을 느끼는 건 비단 나뿐이 아니었다. 함께한 아이들도 마찬가지였고,
또한 우리보다 먼저 방문한 이들도, 이어 방문한 이들 역시 조용히 눈인사만 이어갔다.
언제나 그렇듯 가장 먼저 아이들은 조곤조곤 ‘마을 안내 글’을 읽어 내려갔고,
학교에서 배운 4‧3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듯 생각에 잠기며 마을 조감도를 보면서 터만 남은 마을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아빠, 여긴 누구 집이었을까? 여긴 엄청 좁은데 저긴 넓어~, 꼭 거북이 등껍질 모양 같아~’라는 말과 함께
생각보다 오랜 시간을 그곳에 머무르며 산과 바다, 물이 흐리지 않는 건천, 멀리 떠나는 배들을 바라보며
다음 문화 목적지인 ‘환해장성(Great Wall / 제주특별자치도 기념품 제49호)’으로 향했다.
‘맺음’을 의미하는 ‘잃어버린 마을’이라 쓰여진 이름을 보며,
‘이음’을 의미하는 ‘잊지 말아야 할 마을’이라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누군가에겐 삶의 터전이었던 마을, 다가오는 4‧3에 한 번쯤 다녀오거나 다시 불러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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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주소
① 잃어버린 마을 곤을동 : 제주시 화북동 4440번지 일대
글·사진 제공 By 신해성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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