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리
어런 날 참 걷기 좋은 동네
‘물메’ 라는 이름으로 들으면
상당히 낯선 애월읍 수산리 마을.
지금 수산리의 옛지명이라고 한다.
물(水)과 메(뫼:山)가 아닌가?
제주공항과 가깝지만 주변에
유명한 곳들이 많아서
관광객들이 찾을 마을은
아니었기에 좀 더 호기심이 생긴다.
같은 이름의 마을이 성산읍에도 있다는데,
이번 여행은 애월읍에 있는 수산리에서 시작한다.
마을을 걷다. 일상을 떠나다
여느 시골 마을과 같이 마을 어귀의
정류장에 내려 보면 한적함이 느껴진다.
편안한 느낌이 참 좋은 여행이 기대된다.
출발과 동시에 눈길을 끌었던 하나.
마을 어귀부터 시작해서 가는 걸음마다
누군가의 시비(詩碑)가 눈에 띈다.
보리밭인가, 유독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이곳에서 잠시 쉬어가려한다.
‘가슴에 남아 시리도록 보고싶다’
마지막 구절에서 가슴속에서 뭔가 울컥하다.
감귤꽃의 향을 느껴본 적이 있던가.
제주살이 20년이 지나면서
처음 귤꽃향기를 맡아본다.
동네를 걷다보니 어디선가
향긋한 새콤달콤한 향기가 궁금했는데,
처음 맡아보는 그 향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제주를 그리워하는 주변인들 중에
감귤꽃 향을 얘기하는 이들이 있었는데,
여지껏 맡아본 적이 없던 나로서는 공감을 못했었다.
제주를 여행하는 이들이라면
지금 꼭 그 향을 느껴보길 바란다.
잊을 수 없는 제주가 될 거라 생각한다.
마을을 걷는 동안 어디선가
흥겨운 장구소리 같은 게 들린다.
마을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이 공연을
준비하시는 건지 걷는 발걸음이 흥겹다.
타지인의 방문이 예민한 시기인지라
가까이 가서 보지는 못했지만,
그 소리가 여행의 기분을 돋궈준다.
경로당 옆에는 버스 차고지가 있어서
대중교통으로 여행오기
참 좋은 동네인 듯하다.
가만히 버스창가의 풍경을 감상하면서
버스가 멈춰서면 그곳이 바로
여행의 시작점이 된다.
마을을 여행하다보면
초등학교에 관심이 간다.
앞서 다녀왔던 조수리에서도 그렇고
이미 많이 유명한 더럭분교도 그렇고,
아담한 학교가 알록달록해서 더욱 매력적이다.
하지만, 외지인의 입장에서
차마 들어갈 수는 없었다.
지킬 건 지키는 건강하고
안전한 여행을 위해서.
아쉬운 마음에 멀리서 바라보는데,
앞서 소개했듯 마을의 옛 이름이 ‘물메’ 라서
초등학교 이름도 옛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다.
간이 버스정류장, 돌담, 그리고 초등학교.
이런 시골 풍경이 참 좋다.
제주라는 공간 안에서 찾아가는
마을마다 다른 점이 참 많다.
흔히들 제주에는 귤 농사만
지을 거라 생각하는데,
이미 많이 알려진 당근도 있다.
마늘밭, 감자밭 등 많은 밭농사를
짓는 농가들이 있는데,
옥수수는 처음이다.
가는 골목마다 옥수수 밭이 눈에 띈다.
더워지는 여름 시원하게
초당옥수수를 톡톡 씹는
상상만으로도 즐거워진다.
골목골목이 참 재미있는 마을투어.
수산리를 찾은 목적 중 하나는
수산저수지와 수산봉인데,
수산봉은 다음에 가을에
다시 찾아오기 위해 남겨둔다.
생각보다 넓지는 않은 마을이지만,
이 마을만의 색깔과 매력이 느껴진다.
풍경을 즐기고, 머리위로 내려앉는
비행기 소리를 즐기며,
땀이 날 쯤 시원하게 펼쳐진
수산저수지가 눈에 띈다.
주로 바다를 찾아다니는 제주여행에서
저수지는 또 다른 매력인거 같다.
낚시를 금지한다는 팻말은 있지만,
많은 강태공들의 모습도 보이는 이곳은
저수지를 따라 산책하기에도 아주 적당한 코스이기에
편안한 여행을 생각한다면 추천해 볼만한 곳이다.
저마다의 모습을 보여주는
제주의 마을들은 앞으로의 여행에도
상당히 기대가 된다.
바다로 올레길로 다양한 제주를
여행하는 이들에게 아름다운 마을들은
충분히 매력적인 코스이기에
꼭 다녀보길 추천한다.
항상 그렇듯 누군가에게는
생활하는 공간이기에 그들의 생활에
침범하지 않도록 배려있는
여행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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