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 서쪽여행지

[애월읍]방해받기 싫은 시간의 여행 ‘어음2리’

(주)교차로-제주 2020. 9. 29.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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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음2리

방해받기 싫은 시간의 여행

기나긴 장마 중에 모처럼 맑았던 어느 날, 애월읍 어음2리로 무작정 떠나본다.

제주에 살면서 매일 접하는 ‘어음리’ 라는 이름은 오가는 평화로에서 표지판으로 접했던게 전부여서 기회가 되면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좋은 날씨와 함께 여행을 시작한다.

목적지가 어쩜 이곳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그저 호기심에 지나가다가 순간 마음이 끌렸다고 하는 게 정확할거 같다.

제주의 서쪽에 위치한 이곳 마을은 첫 인상부터가 너무 좋았다.

제주의 밭과 돌담, 그리고 멀리 보이는 오름들. 따갑다 못해 뜨거웠던 열기를 제외하면 모든 게 너무 좋았다.


그래도 불어오는 바람이 좋아서 이곳 돌담을 따라 가 보기로 한다.

이곳 마을은 볕이 좋은 여건에 비해 감귤밭을 쉽게 보진 못했다.

제주는 어딜가든 감귤나무가 눈에 띄었는데, 이곳은 제주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콩잎처럼 생긴 잎들이 빼곡한 밭을 지나고 아주 반가운 고추밭도 눈에 들어온다.

타 지방처럼 넓은 면적에서 재배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제주에서는 볼수 없을거라 생각했던 모습에 괜히 기분이 좋다.

어린 시절에 부모님을 따라서 고추모종을 심고, 물통에 물을 가득 담아 뒤뚱거리며 물을 주던 그때의 기억이 어렴풋이 지나간다.



지도앱의 도움을 받아 길을 찾아가며 구석구석 이 마을의 아름다운 모습을 찾아본다.

제주도 내에서도 시내로 인구가 밀집되는 현상을 보이면서 마을에는 비어있는 건물들이 눈에 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지만, 본연의 매력을 뽐내고 있는 어느 집에서 잠시 눈을 떼지 못한다.

돌담과 구옥, 파란하늘은 제주가 만들어내는 최고의 그림일 것이다.



마을의 중심에 도착했나보다.

예전 사계리를 찾았을 때 처음 봤던 익숙치 않은 이름 ‘리민회관’.

마을 어르신들의 공간인 경로당과 함께 어음2리민회관이 자리하고 있다.

역시나 코로나의 위험에서 어르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곳 경로당은 무기한 폐쇄되어있다.

폐를 끼칠 수 없기에 사진 한 컷 남기고 얼른 자리를 피한다.



마을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는데, 마을 어르신이 계신다.

어색하게 건넨 인사에 뭘 그렇게 찍고 다니냐고 호기심을 보이시는데, 사실 꾸지람이 아니었나하고 다시 생각하게 된다.

아무래도 낯선 이방인의 방문이 신경 쓰이셨나보다.

얼른 발걸음을 재촉하며 자리를 옮기는데, 이곳 어음2리는 뭔가 모르게 마을이 깔끔하다.

마을길이라 하기엔 다소 넓은 도로가 주는 느낌일 수도 있지만, 실제 마을이 정리가 너무 잘되어있어서 정말 깨끗했다.



심지어 클린하우스가 있는 이곳까지도 정리가 너무 잘 되어있다니..

참으로 제주의 여름은 강렬하다.

잠시 땀을 식히며, 이곳의 설촌유래에 대해 알아본다.



지금 어음2리 라고 불리는 이곳은 483년전 조선 연산군(1504) 갑자사화 당시 은산부원군 후예인 정자 박후신(正子 朴厚信)이 노복 30여명을 거느리고 유배가 되었고, 비옥했던 이곳 일대의 황무지를 개척하여 자기의 호를 딴 정자촌(正字村)이라고 칭했던게 시초라고 한다. 이후 설촌 유래는 마을을 방문해서 숨겨진 안내문을 참고해보면 여행의 재미를 더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곳 역시 젊은층의 이탈로 인해 아담하게 남아있던 어도초등학교 어음분교가 1999년에 폐교하게 되고, 농촌체험휴양마을 사업의 일환으로 게스트하우스와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카페에는 다양한 디저트가 준비되어있고, 흔히 말하는 추억의 불량식품들도 볼 수 있다.

한켠에는 원데이클래스를 진행하는 듯한 집기들도 눈에 띈다.

너른 정원이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가보면 좋을 듯 하다.



땀이 비오듯 하다. 마을의 보물과 같은 곳이 눈에 띈다. ‘돔베물’

이 마을의 옛 명칭인 ‘어름비’ 라는 글씨와 함께 시원하게 펼쳐진 연못이 눈에 들어온다.

전설이라는 이야기는 상당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약 300년 전, 풍수지리사의 도움으로 물이 솟아오를 곳을 지목받아 땅을 파기 시작했고, 커다란 도마 위에 재물을 올려 제를 지냈는데, 엄청난 비와 함께 물이 가득차 연못이 되었다.

그로부터 약 100여년이 지나서 도마가 떠 올랐고, 이를 신통히 여겨 이름을 ‘돔베물’ 이라 지었다고 한다.

시원한 정자와 함께하는 이곳 연못은 땀을 식히며 운치를 즐기기 참 좋은 곳이다.



금성천변을 따라 시작한 여행은 여름의 더위를 씻어줄 시원한 돔베물 연못에서 마무리한다.

돌담을 따라 마을의 골목을 따라 다양한 이야기가 있는 어음2리는 제주여행자들이나 제주도민들이 나들이 겸 찾아보면 참 좋을 것 같다. 그리 멀지않은 곳에서 즐기는 잠시의 여유, 목적지 검색은 ‘어음2리’.

여행에서 우리의 약속은 누군가의 일상인 그곳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는 것이다.

코로나와 함께 맞이하는 여름휴가로 부쩍 예민해진 이곳 제주에서 모두가 안전한 여행이길 다시금 바래본다.

사진, 글 제공 김형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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