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곶자왈
편안하게 걷기 좋은 제주서쪽숲길
눈이 따갑도록 무더웠던 여름이 서서히 물러난다. 잠시 창문을 열어도 모든 공간이 후끈하게 데워질 만큼 무더운 여름이었다. 세상을 바꿔버린 바이러스로 인해 매년 여름이면 즐기던 해수욕도 제대로 해보지 못했지만, 점점 높아지는 하늘과 붉어지는 햇살을 바라보니 큰 걸음에 달려온 가을에 할 수 있는 일들로 머리가 상쾌해짐을 느낀다.
사계절 중 오름이나 숲길을 다니면 가장 좋은 계절은 아마도 가을이 아닐까 생각한다. 알록달록 색옷으로 갈아입은 나뭇잎들은 보고 있기만 해도 행복함을 느낄 수 있다. 올해는 또 어떤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게 될지 상상하며 오늘은 편안하게 걸으면서 제주도의 깊은 숲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화순곶자왈’을 소개한다.
제주도의 숲길을 다니다보면 각각의 숲길마다 독특한 매력을 즐길 수 있는데, 안덕면에 위치한 화순곶자왈에서는 나무들의 치열한 생존의 현장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는 곳이다.
처음 입구는 아주 반듯하게 정비되어 있다. 입구에는 깔끔한 화장실과 쉬어갈 수 있는 정자도 있어 삼림욕하기 좋은 곳이다.
처음 입구에서 길을 헷갈리는 사람들도 있는데, 커다란 표지판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오른쪽으로 탐방로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앞쪽으로 길이 나 있다하더라도 그 길로 가선 숲길을 만날 수 없다.
입구에서부터 천천히 걸어 들어가면 1분도 되지 않아 바로 깊은 숲의 아름다움과 마주하게 된다. 하늘 위로 굵게 솟은 나무 가지에는 자잘한 가시덩굴이 한데 어우러져 뻗어 올라간다.
아마도 가시덩굴이 열심히 노력한 끝에 함께 하게 되었겠지, 하는 생각에 끈임 없이 살고자 노력하는 나무와 또 그 나무를 받아주는 나무의 너그러움에 반성하게 되는 인간이다.
화순곶자왈은 화산활동으로 생긴 바윗덩이들이 쪼개져 만들어진 요철 지형의 숲, 제주도에서만 존재하는 독특한 지형의 곶자왈을 자세히 관찰하기에 너무 좋은 숲이다. 병악곶자왈용암류로 해발 492m인 병악에서 시작되어 화순리 방향으로 총 9km에 걸쳐 분포하고 있으며 소금악까지 이어지는데, 평균 1.5km의 폭으로 산방산 근처의 해안지역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나무데크로 걷기 편한 길이 쭉 이어지다가 송이 산책로와 자연 곶자왈로 길이 나뉜다. 고민하다가 송이 산책로를 선택하고 돌아오는 길에 자연 곶자왈로 오기로 했다.
중간중간 길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있어 길을 잊을 일은 잘 없지만, 가끔 헤메이는 경우가 생기기도 했다. 특히 전망대로 향할 때는 낙석 때문인지 전망대로 들어가는 입구가 폐쇄되고, 옆에 난 작은 구멍으로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
전망대에서는 멀리 보이는 산방산도 멋지지만, 입구 쪽에서 방목 중인 소들이 더 눈이 띈다. 전망대에서 내려와서도 집중하지 않으면 길을 벗어날 수 있으니 이정표를 잘 보고 다녀야 한다.
화순곶자왈은 지난 2018년 아름다움 숲 전국대회에서 공존상을 수상할 만큼 숨은 명소로 꼽히는 곳이다. 탐방로는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지만, 양 옆으로 펼쳐진 숲의 풍경은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다양하게 돌아볼 수 있는 화순곶자왈은 탐방로를 하나씩 다 돌아봐도 1시간 정도면 충분히 산책할 수 있는 숲길이다.
가을이 깊어갈 무렵 다시 한 번 와보면 좋을 것 같은 아름다운 숲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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