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 서쪽여행지

노루와 만나는 조용한 오름 ‘노루손이오름’

(주)교차로-제주 2021. 12. 22. 09:34
반응형

노루손이오름

 

 

제주도의 마지막 가을을 만나기 가장 좋은 곳으로 선택한 오름은 바로 1100도로에 위치한 ‘노루손이오름’이다.

 

사실 어느 계절이나 늘 푸른 소나무로 변함없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오름이긴 하지만, 늦가을에 오를 땐 왠지 기분이 달라지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이 오름은 아이들과 함께 다녀오기에 아주 편안한 오름으로 가끔 가족여행을 온 지인들에게 많이 알려주고 있긴 하다.

 

하지만 이 오름은 숲길을 산책하는 기분으로 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멋진 뷰를 상상하며 올라간다면 추천하진 않는 오름이다.

 

노루손이오름은 노리손이오름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노리’란 제주어로 ‘노루’를 뜻하고, ‘손’은 ‘쏜(쏘다)’라는 뜻으로 옛날에 노루사냥으로 이름났던 오름이란 뜻으로 ‘노리손이오름’, ‘노루손이오름’으로 불리고 있다.

 

제주시에서 산길인 1100도로를 통해 중문으로 가는 길 사이 5.16도로와 이어지는 도로를 만날 수 있는 그쪽 길로 들어서자마자 바로 왼쪽에 ‘노루손이오름’이란 표지석을 볼 수 있다.

 

표지석을 등지고 바라보는 한라산의 모습이 유난히 아름답던 날이다.

 

높고 푸른 가을 하늘에 눈이 부시고, 살랑살랑 부는 가을바람에 코끝이 약간 찡해지는 걷기 좋은 날에 아이들과 오랜만에 산책길에 나섰다.

 

요즘 아이들은 함께 가고 싶은 곳이 있느냐 물어보면 동물 체험할 수 있는 곳이나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곳을 말하곤 하는데, 다행스럽게도 아직 어린 아이들이라 그런지 좋아하는 곤충이야기에 눈을 반짝이며 따라나선다. 이런 산책이 언제까지 가능할진 모르겠지만, 할 수 있을 때 최대한 많이 자연과 함께 공감하는 시간을 갖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입구에 서서 눈이 내린 한라산의 모습을 천천히 감상한 뒤 산책길에 올랐다. 표지석 바로 옆으로 길게 이어진 길을 따라 안으로 걸어 들어가니 차량이 진입할 수 없도록 막아놓은 것 같은 철문을 통과해 본격적인 오름길이 이어졌다.

 

노루손이오름은 예전에는 나무가 하나도 없는 민둥오름이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지금은 삼나무, 소나무 등이 하늘 높이 솟아 깊은 숲을 연상케 하는 풍경이다.

 

오름 초입을 지나 조금 걷던 중 갑자기 숲에서 뭔가가 휙 지나가는 소리와 함께 눈앞으로 노루 한 마리가 쌩하고 달려갔다. 아이들이 놀라 소리를 질렀는데, 그 소리에 노루도 놀란 것인지 숲에 숨어서 잠시 쳐다보더니 숲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이렇게 야생에서 노루를 만나는 일은 너무 오랜만이라 그런지 반가우면서도 당황스러워 한참을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노루의 행적을 눈으로 쫓고 있었다. 그러다 완전히 깊은 곳으로 사라져버린 것을 깨닫고 다시 발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천히 걸으며 소나무 이야기와 삼나무 이야기 등 다양한 나무에 대한 이야기도 해보고, 길가에 잠시 내려앉은 나비를 보며 아직도 나비가 날아다닌다며 신기해하면서 걷다보니 어느덧 정상에 닿았다.

 
 

 

입구에서 정상까지는 길어야 30분이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걸어왔는데도 30분 정도니 얼마나 쉽게 걸을 수 있는 오름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올라오던 중 만났던 갈래 길에서 오른쪽 길로 올라왔는데, 내려갈 때는 왼쪽 길을 통해 나오고 싶어 정상에서 이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길을 따라 걷고 있는데 더 이상 정비된 길이 보이지 않아 다시 왔던 길로 돌아와야 했다.

 

다음에 올라갈 때 갈래 길에서 오른쪽길이 아닌 왼쪽길로 가보자는 이야기를 하며 소나무 사이로 살짝 보이는 한라산을 감상한 뒤 천천히 내려왔다.

 

입구에서 정상까지 왕복하는데 40분 정도면 충분히 다녀올 수 있을 정도의 오름으로 가볍게 산책하며 자연을 느끼기엔 너무 좋은 오름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