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흘리
제주마을로 봄나들이를 떠나보자
아직 바람이 많이 차갑긴 하지만, 어느 덧 제주의 곳곳에서는 봄을 알리는 꽃들이 피어나고 있다.
봄나들이 가기 좋은 날, 꽃놀이 가기 좋은 제주,
새로 시작되는 봄의 제주를 여행해보자.
제주시 조천읍에 위치한 와흘리라는 마을로 떠나보자. 와흘리는 산세가 사람이 누운 모습과 같다고 하여 예로부터 눌 와(臥)자와 산 높을 흘(屹)을 써서 와흘리라 불렸다. 1948년 4·3사건으로 마을이 전소되었다가 1954년 재건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마을의 대부분은 1차 산업에 종사하며, 1970년까지는 주로 메밀이나 유채 농사를 지어오다 현재에는 귤 농사 및 소와 말의 축산에 의지하고 있다.
2월의 끝자락을 보내고 있는 마을은 겨울과 봄의 경계에 있는 듯하다.
지대가 높다보니 맑은 날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차갑다. 하지만, 마을입구에서는 반갑게 봄기운이 낯선이의 방문을 맞이해주고 있다.
하우스에서 재배하던 한라봉은 자주 봤는데, 저렇게 덩그러니 나무에 달린 건 처음 보는 모습이다.
마을 여행을 하면서 느낀 점 중 하나는 별거아닌 듯 흘려버린 정류장의 모습이 의외로 운치있다는 점이다. 어딜가나 똑같이 생긴 정거장이지만,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 마을마다의 주민들 모습이 아른거린다. 삼삼오오 버스를 기다리는 어르신들, 저 멀리에 달려오는 버스. 실제 눈에 보이진 않지만, 상상이 더해져서 그 풍경이 더 정감있다.
마을은 고요했다. 관광지 마을이 아니기에 찾아오는 관광객은 없고, 마을 주민들 또한 바쁜 오늘을 보내고 있기에 조용히, 조심스레 구석구석 둘러본다. 이곳은 정감있는 돌담들이 골목을 이루고 있으며, 동네가 크지않기에 조용한 제주의 마을을 둘러보기에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 행정구역상 마을은 상당히 넓다.)
골목에는 동백들이 많이 피어있다. 겨울인가 보다.
그런데 하얀 목련이 꽃을 피우고 있다. 봄인가 보다.
두 계절의 경계에서 바라보는 마을이 참 이쁘다. 겨울도, 봄도 화려하다.
마을의 가운데 작은 연못이 하나있다.
‘넓은못’ 이라고 불리는 이 연못은 과거 우마에게 물을 먹이고 힘든 밭일을 끝내고 피로를 풀기위해 몸을 씻던 쉼터이다. 1970년대 이후 상수도가 보급되면서 매립위기에 처해지면서 사라질뻔 했으나, 지역주민들의 노력으로 예전의 모습을 되찾게 되었다.
4.3사건 위령탑.
희생자들의 가족들의 아픔을 어떻게 헤아릴수 있을까만, 위령탑 옆에 새겨진 글귀에 가슴이 아려온다.
[가노란 말 못 다 이르고..]
아직은 차가운 겨울과 따뜻한 봄이 공존하고 있지만,
살랑살랑 다가오는 봄기운에 가슴 아픈 이들의 마음이 따뜻해지길 바란다.
글·사진제공 김형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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