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영태객원기자 6

[안덕면] 당(堂)은 없지만 마음이 편안해지는 오름 ‘당오름’

당오름 당(堂)은 없지만 마음이 편안해지는 오름 제주도에는 예로부터 '당 오백 절 오백'이라 했을 만큼 당도 많고 절도 많았었다. 당이 있었던 데서 유래된 ‘당오름’이라는 곳도 송당리, 와산리, 고산리 등 여럿 있다. 그 중에 안덕면 동광리에 있는 표고 473m 비고 118m의 ‘당오름’에는 당이 없었다. 동광육거리에서 금악으로 뻗어 있는 1116번 도로를 가다보면 동쪽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입구에서 보는 오름은 보잘 것이 없어 보인다. 소들을 방목하여 키우는 목장 안에 나지막하게 누워있는 모습은 그저 평범한 풀밭 오름으로 보인다. 목장 안에 있어 탐방로가 뚜렷하게 조성되어 있지는 않지만 커 보이지 않는 소나무들 사이로 뚜렷하게 보이는 오름 능선을 향해 무덤가를 지나면 쉽게 오름에 다가설 수 있다. ..

[대정읍] 귀 기울이지 않아도 들리는 울음 ‘송악산과 알오름’

송악산과 알오름 귀 기울이지 않아도 들리는 울음 대한민국에서 최남단에 있는 오름인 송악산은 태어난 이후 줄곧 고난과 아픔을 달고 살아온 오름이다.제주도의 남서쪽 끝자락에서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거센 파도의 시련으로 온 몸이 패이고, 패인 몸으로 슬픈 역사의 아픔을 이겨내고 있는 오름.그래도 오름의 끝자락 절벽 앞에 서면 저절로 흥얼대어지는 노래.​세찬 비바람에 내 몸이 패이고 이는 파도에 내 뜻이 부서져도나의 생은 당신의 조각품인 것을 나는 당신으로 인해 아름다운 것을 송악산은 초기의 수성 화산활동과 후기의 마그마성 화산활동을 차례로 거친 화산으로 먼저 폭발한 큰 분화구 안에 두 번째 폭발로 지금의 주봉이 생기고 거기에 작은 분화구가 생겨난 이중화산체로 주변 지질특성이 특이하고, 해안선을 이루고 있는 남쪽..

[조천읍] 신록의 5월 그 향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바매기오름(알밤오름)'

바매기오름 신록의 5월 그 향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어느 마을을 가든 박하향인 듯, 라일락향인 듯, 아니 그보다도 더 알싸한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히다 목덜미를 타고 내린다. 온몸이 귤꽃향기에 물든 착각에 빠진다. 더 나가 들판에 이르면 또 다른 향기가 흐른다. 새하얀 찔레꽃 향기가 그것이다. 온 들판을 하얗게 수놓는 찔레꽃은 그 선명함에 미처 가시가 있다는 것을 잊게 만든다. 장미는 가시가 있어 더 아름답다고 하지만 들판에서 만나는 찔레꽃은 가시가 없으면 더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하지만 우리에게 친숙한 노래에 자주 등장하는 찔레꽃이야말로 진정 서민의 꽃일 것이다. 찔레꽃 향기가 가득한 오름으로 가보자. 이 시절 어느 오름인들 그 향기가 없을까마는 연두 빛 신록의 상큼함을 보고 또 느낄 수 있는..

[조천읍] 드넓은 자왈과 곶 한가운데에서 가시나무새가 되어 날아보자 ‘바농오름’

바농오름 드넓은 자왈과 곶 한가운데에서 가시나무새가 되어 날아보자 연일 이어지는 비 날씨와 산간의 안개주의보는 오름을 오르는 오름꾼에게는 산행할 오름 선택의 어려움을 가져다준다. 제주시를 출발할 때의 날씨와 평화로나 번영로에 들어설 때의 날씨가 다르고, 서귀포 방향으로 접어들었을 때의 날씨 또한 달라진다. 어떤 날은 중산간도로로 제주도를 한 바퀴 돌아도 맑은 곳을 찾기 어려운 날도 있다. 그렇게 한 바퀴를 돌아 찾아간 오름이 바농오름이다. “자왈”이란 나무와 덩굴 따위가 마구 엉클어져서 수풀같이 어수선하게 된 곳 즉, 덤불을 일컫는 제주어이다. 또한 “곶”이란 산 밑의 숲이 우거진 곳을 말한다. 조천읍 교래리 산108번지에 있는 해발 552.1m, 높이가 142m인 바농오름은 오름 주변에 곶자왈이 넓게 ..

[표선면] 매의 날갯죽지에 앉아 비상을 꿈꾸다 ‘매오름’

매오름 매의 날갯죽지에 앉아 비상을 꿈꾸다 오름의 정상이 바위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바위의 형세가 매의 머리 같고 양쪽으로 뻗은 등성이가 날개 같다고 하여 ‘매바위오름’이라는 이름을 얻은 매오름은 표선면 표선리에 있는 표고 136.7m, 높이 107m인 오름을 이른다. 매오름! 하늘을 나는 그 많은 새들 중에서 하필 매를 생각했을까? 날개 짓도 하지 않고 기류에 몸을 실어 높은 창공위에 떠있으면서 지상을 향해 눈을 부릅뜨고 먹이를 탐색하는 맹금류인 매를 떠올리는 것은 아마도 힘에 대한 경외감의 표출은 아니었을까. 그런데 우리가 오름의 모양을 가지고 오름의 이름이 만들어진 여러 오름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경우가 있다. 모양이 영 아니올씨다 인 것이다. 오름의 모양을 보면서 우리가 놓치는 부분은 현재의..

[대륜동]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 곳으로 가자 '고근산'

고근산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 곳으로 가자 제비가 사라졌다.‘강남 갔던 제비가 오는 날’인 "삼짇날"이 지났지만 강남 갔던 제비는 돌아오지 않는다. 해마다 봄이면 전깃줄 위에 떼 지어 않거나 날렵한 모습으로 낮게 비행하며 비 날씨를 예보하던 제비가 안 보이는 것이다. 어릴 때 외갓집 처마 밑 둥지에서 입을 쫙쫙 벌리고 목청을 드러내며 시끄럽게 울어대던 제비 새끼들의 모습은 앞으로 추억으로만 있게 되는 걸까. 제비도 떠났으니 이젠 사람 차례인가? 아니면 제비가 둥지를 짓고 살던 집에서 사람이 떠나가서 제비도 둥지를 버리고 떠나간 것일까! 제비는 돌아오지 않았지만, 한라산 등성이를 쓸고 내려오는 겨울의 하늬바람을 온 몸으로 막아내고, 강남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마파람을 가슴 가득 품고 있는 오름. 고근산을 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