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로 재미난 해설이 있는 사찰여행, 선덕사
누구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장소를 한 곳 정도는 떠올리며 살아가게 되는데, 나에게 있어 마음이 편안해지는 공간은 바로 햇빛이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빼곡하게 우거진 숲 속이다.
잔잔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귀에 울려 퍼지는 아름다운 새소리,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느껴지는 상쾌한 공기 등 숲속에 있으면 맑은 날도 비가 오는 날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숲 길이나 산에 다니다 보면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는 사찰, 오늘은 서귀포시 상효동에 위치한 선덕사로 사찰여행을 떠나보려 한다. 제주 선덕사는 도슨트의 재미있는 설명을 들으며 돌아볼 수 있는 곳으로 곳곳에 있는 큐얄코드를 찾아 자세한 사찰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선덕사로 도슨트투어를 떠날 때는 이어폰을 꼭 챙겨갈 것을 권한다.
선덕사
주소 : 서귀포시 상효동 산86-16
전화 : 064-732-7677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잇는 산길인 516도로가 끝나는 지점에 위치한 선덕사는 1870년 경 쌍월선사(雙月禪師)와 응월화상(應月和尙)이 수행하셨던 도량으로 알려진 곳으로 상효동 85-1번지에는 쌍계얌(雙溪庵) 또는 두타사(頭陀寺)라 불려지던 암자가 1930년대 까지 있었다고 한다.
선덕사는 전체 건물이 목조로 이뤄졌으며, 우리나라의 보편적인 가람 양식을 잇고 있으며 제주석을 이용한 5층 석탑이 건립되어 있다. 또한 선덕사에는 중요한 불교문화유산인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목판본류(木版本類) 3책을 보존하고 있다. 이 경전은 고암 대종사가 전하여 준 것으로 이미 그 문화재적 가치가 높게 평가되어 지난 2003년 7월 2일 제주도 지정 유형문화재로 지정, 보존되고 있다. 또 2005년 3월 16일에는 선덕사가 서귀포시 향토 유형유산 제3호로 지정되었으며, 2005년 10월 5일에는 선덕사 대적광전이 제주도 지정문화재 문화재자료 제8호로 지정되었다.
선덕사에는 주차장에 여러 곳에 마련되어 있는데, 천천히 걸으며 절의 풍경을 즐기고 싶다면 가장 처음에 도착하는 입구에 주차할 것을 추천한다. 큐알코드를 찍어 잔잔한 음악과 함께 흘러나오는 음성에 귀 기울이며, 울창한 숲을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차장 정면에 들어서면 만나는 첫 번째 문이 있는데, 산사로 들어가는 첫 관문이라 하여 산문이라고도 불리는 일주문이다.
일주문이란 명칭은 기둥을 한 줄로 세워 하나인 듯 보이게 건립해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날개를 펴고 날아갈 듯한 지붕의 무게를 단 두 개의 기둥으로 안정감 있게 받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자세히 다가가서 보면 나뭇조각들을 촘촘하게 끼워 맞추어 지붕의 무게를 여러 개로 분산한 것을 알 수 있다.
일주문을 지나 작은 숲길을 따라가면 선덕사로 향하는 표지판을 볼 수 있다. 이제부터 만나는 숲길을 황칠나무 자생지다.
황칠나무는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제주도의 대표적인 식물로서, 전통적으로 가구나 금속, 가죽 등에 금색을 나타내는 도료로 사용되어 왔다. 물건에 칠하면 금빛과 같아 역사적으로는 황실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고, 옛날에는 중국에 보내는 조공품들 중 하나이기도 했다.
안으로 들어가면 이끼 다리와 선녀가 내려와 쉬고 갈 것 같은 신비로운 계곡의 숲길이 펼쳐진다. 제주도의 모든 계곡은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뽐내는데, 선덕사로 향하는 길이라 그런 것인지 더욱 성스럽게 보이기도 한다. 평소 좋아하는 향기롭고 고요한 숲길을 걸으니 저절로 마음의 문이 활짝 열리게 된다.
숲길을 빠져나와 금강문을 지나 제2주차장에 도착하면 높이 솟아 오른 ‘사방불 오층 석탑’을 만날 수 있다. 사실 해설 없이 그냥 마주했다면 이 탑이 어떤 의미를 지닌 것인지 알 수 없었겠지만 재미있는 해설과 함께 하니 탑을 한 바퀴 빙 돌아보며 자세히 관찰하게 되었다.
불교에서 대개의 탑의 층은 3층, 5층, 7층 등 홀수로 만들고, 면은 4각, 6각, 8각 등 짝수로 이루어지는데, 이것은 음양의 조화를 의미한다고 한다.
사방불 오층 석탑은 직접 층수를 세어보면 5층이 넘는 석탑인데, 왜 오층 석탑인지 알려주기도 했다. 석탑의 층수는 중심부에 기와의 코가 올라간 부분의 개수로 탑의 층수를 센다고 한다.
이 석탑은 코가 올라간 부분이 총 5개로 오층 석탑이며, 사방에서 부처님을 볼 수 있다 하여 사방불 오층 석탑이라 불린다고 한다. 또한 이 석탑은 제주의 화산석으로 만들어져 검은빛을 띄고 있는 것이 특색이 되어 지명과 함께 ‘제주선덕사사방불오층석탑’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이제 주차장을 지나 선덕사 입구 바로 앞에 위치한 법성도를 구경할 차례다. 이 법성도는 해설이 없었다면 한자가 적혀있는 것조차 모르고 지나갈 뻔한 곳이기도 하다.
이 법성도는 정 중앙의 한자 법 법(法) 자에서 출발해 미로를 따라 54번을 꺾어 도는 동안 그 내용을 마음에 체득하면서 마침내 깨달음에 도달한다는 원리를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미로는 돌고 돌아 결국 출발점으로 되돌아오게 되는데, 이것은 본래의 모습 곧 부처님임을 의미하고 있다고 한다.
법성도(法性圖)는 화엄일승법계도(華嚴一乘法界圖), 법성게(法性揭) 또는 해인삼매도(海印三昧圖)라고도 불리며, 신라 의상 스님이 불교 최고의 경전인 화엄경(華嚴經)의 핵심을 7언 30구 210자로 요약하여 기하학적 도형으로 만든 노래 글귀이다.
이 법성도는 의상 스님이 중국 유학 시절에 완성되었으며, 한국 불교의 근본으로 이어져 온 화엄사상 전체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선덕사에는 동서고금 불교의 역사를 통틀어 최초로 법성도를 물 위에 떠 있는 모양으로 조성했는데, 제주도가 물 위에 떠 있는 불국토라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법성도를 지나 계단을 올라가면 대부분의 사찰에서 볼 수 있는 사천왕문을 만나게 된다.
사천왕문은 대부분의 사찰에 건립되어 있을 만큼 가람 배치 상의 중요 건물 중 하나이다. 일주문 다음에 위치하는 대문을 지칭하며, 사찰을 지키고 악귀를 내쫓아 청정도량(淸淨道場)을 만들고, 사람들의 마음을 엄숙하게 하여 사찰이 신성한 곳이라는 생각을 갖게 하기 위해 세워졌다고 한다.
동쪽을 지키는 지국천왕은 온몸에 동방을 나타내는 오행 색인 청색을 띠고 있고, 멋진 칼을 차고 있다. 남쪽을 지키는 증장천왕은 붉은빛을 띤 몸에 엄청 화난 듯한 눈을 가지고 있다. 오른손에는 용을 움켜쥐고 있고, 왼손에는 용의 입에서 빼낸 여의주를 쥐고 있다. 서쪽을 지키는 광목천왕은 몸이 흰빛이며 웅변으로 나쁜 이야기를 물리친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입을 벌리고 있으며, 붉은 관을 쓰고 갑옷을 입었으며 삼지창과 보탑을 들고 있다. 마지막으로 북쪽을 지키는 다문천왕은 검은빛을 띠며 비파를 잡고 줄을 튕기는 모습을 하고 있다.
항상 절에 들어갈 때마다 보게 되는 사천왕문이지만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좀 더 자세히 알게 되어 어쩐지 더욱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사천왕문을 통해 안쪽으로 들어가면 한라산 바로 아래 웅장한 모습으로 건립된 선덕사가 눈에 들어온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오른쪽에 법고루를 볼 수 있는데, 이곳에서 또 다른 큐알코드로 재미있는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법고루에서는 재미있는 설명을 들은 뒤 짧은 퀴즈가 나오는데, 퀴즈를 맞히면 사찰 내에 있는 카페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할인권도 받을 수 있다. 법고루 앞에 있는 건물은 무설전으로 이곳에서 전통 사찰 문화유산 체험 행사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제주 선덕사에서는 지난 2017년 소장 문화재인 묘법연화경을 주제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묘법연화경과 이야기보따리’, AR 기술을 활용한 ‘찾아라 묘법연화경과 미디어아트’, 전통 사찰의 건축과 벽화 이야기를 듣는 ‘사찰건축학개론’, ‘모다들엉 배워봅주’, ‘청년산사문화캠프’까지 다양한 사찰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미디어아트를 관람한 후 다시 재미있는 해설과 함께 사찰여행이 이어졌다. 무설전 바로 옆으로 높이 솟아 오른 탑이 보이는데, 이 탑의 이름은 ‘선덕사 팔각구층석탑’이다. 고려시대의 대표적인 석조물인 월정사 팔각구층석탑과 같은 양식을 따라 조성된 것으로 탑 내부에는 선덕사 중창불사의 증명법사이신 고암대종사께서 태국 국왕으로부터 전해 받은 석가모니 부처님 진신사리 3과를 봉안하고 있으며, 금강보탑이라도 불리기도 한다.
탑의 높이는 15.75m이며, 화강석 기단에는 석탑을 향해 두 손을 모으고 간절한 공양을 올리는 석조보살좌상은 우리나에 선덕사와 오대산 월정사 단 두 곳에만 조성되어 있다고 한다. 전체적인 비례와 조각 수법이 충실해 다른 탑에서는 볼 수 없는 아름다운 불교문화의 진수를 나타내고 있는 탑이다.
탑을 지나 높은 계단으로 올라가면 대적광전을 수호하고 있는 한 쌍의 해태를 만나게 된다. 입구의 해태는 화재와 재앙을 막는 신수로 여겨 보통 궁궐이나 사찰의 입구에 모시게 된다. 대부분의 사찰은 목조건물로 화재에 취약하다는 점과 불의 기운을 막아준다는 상장적 의미를 갖고 있는 해태와 용이 조각되어 있다.
법당의 명칭은 주불이 누구신지에 따라 그 명칭이 달라지는데, 석가모니 부처님을 모신 곳을 대웅전, 아미타불을 모신 곳은 극락전, 비로자나 부처님을 모신 곳을 대적광전이라 한다.
법당 안에서는 부처님을 등지고 서지 말고, 먼저 가볍게 반 배를 한다. 그 후 약간 옆쪽에 앉아 부처님을 향해 세 번의 절(삼배)를 한다. 부처님께 절은 존경의 마음을 담아 세 번 하는 것이 원칙이며, 스님께는 한 번만 한다.
그동안 사찰에 다녀오면 어떻게 절을 해야 하는지, 법당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그저 서 있기만 한 적도 있는데, 해설을 통해 절을 하는 방법까지 알려주어 그 어느 때보다 경건한 마음으로 사찰여행을 할 수 있었다.
법종루와 마주한 곳에 작은 계단이 보이는데, 이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미륵대불로 향하는 길이 보인다. 불교에서의 미륵불은 아직 현세를 다녀가지 않은 부처님을 의미하며, 예언적 존재이다. 영실에서 수행을 마친 아라한이 선돌 지역(선돌 지역이란, 화산이 분출되며 형성된 한라산의 중하단부의 위치임에도, 용암이 흘러내리지 않고 특이하게도 큰 암석이 세워져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에 미륵으로 출현한다는 믿음이 제주의 토속신앙과 더해지며, 선돌바위를 미륵불의 화신으로 여기게 되었고, 기도수행을 위해 크고 작은 암자들이 이곳에 수없이 세워졌다가 소멸되기를 천여 년 동안 거듭했다. 그리고 마침내, 한라산의 맥 줄기가 내려와 상서로운 기운이 멈춘 이곳에 그 염원을 담아 ‘선덕사 미륵대불’을 봉안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자녀를 위한 기도 또는 사업을 하시는 분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 제주 선덕사, 한라산의 기운과 함께 아름다운 숲으로 마음을 편안히 쉬게 만들어 주는 선덕사로 사찰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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