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 동쪽여행지

[영천동]다양한 풍경을 만날 수 있는 낮은 오름 ‘영천오름(영천악)’

(주)교차로-제주 2021. 2. 3.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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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오름(영천악)

한라산의 아름다운 모습과 함께 산책할 수 있는 오름

 


아직 봄소식을 맞이하기엔 이른 시기이지만, 제주도는 물론 전국적으로 춥지 않은 겨울을 보내고 있다. 몇 해 전 유행하던 ‘롱패딩’은 올 겨울엔 입을 수 있는 날이 줄어든다. 날씨가 오락가락 하다 보니 마음도 같이 뒤숭숭하니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산책을 하고 나면 좀 나아질 것 같아 날이 좋은 날 오랜만에 오름을 올랐다.

 

올해 2월부터 휴식년을 맞이하는 용눈이오름을 마지막으로 보러 가려다가 조금이라도 빨리 쉬었으면 하는 마음에 다른 곳을 선택했다.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으로 찾고 찾다가 서귀포시 영천동에 위치한 ‘영천오름(영천악)’으로 선택했다.

 

제주도에는 정말 많은 수의 오름이 있는데, 360여 개의 오름 중에서 탐방로가 잘 되어 있고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 오름은 반도 되질 않는다. 처음 듣는 이름의 오름이라 찾아가보지만 막상 도착하면 작은 언덕이거나 탐방로가 정비되어 있지 않아 올라갈 수 없는 곳도 아주 많다.

 

오늘 소개하는 영천오름은 유명한 오름은 아니지만, 가볍게 산책하기엔 다양한 즐거움이 있는 오름이다.

 

영천오름 동쪽과 서쪽을 지나는 내를 예전에는 영천천(오늘날의 효돈천)이라 했는데, 동내와 섯내가 합류하는 지점에 있는 내라는 데서 영천내 오롬이라 하다가 ‘내’를 생략하여 예로부터 영천오롬으로 부르고, 한자 차용 표기는 영천악(靈泉嶽)·영천악(靈川嶽)·영천봉(永川峯) 등으로 썼다고 한다.

 

비교적 쉽게 입구를 찾을 수 있는 영천악은 입구가 두 곳으로 나뉘어져 있다. 5.16도로 쪽에 있는 입구와 돈드르 쪽에 있는 입구 두 곳 중에서 5.16도로 쪽에 있는 입구를 통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오름을 오르기 전 한라산 쪽으로 바라보니 정말 그림과 같은 한라산의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눈이 쌓인 한라산이 엄청나게 가깝게 위치해 있어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할 지경이다.

 

잠시 감상한 뒤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초입에선 오름을 올라가는 기분이라기보다는 뒷동산에 산책 온 풍경이다. 그러더니 길 중간 쯤 오른편에 영천악 표지판이 보이고 그 뒤로 나지막한 계단이 이어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계단을 하나씩 세며 천천히 올라갔다. 끝없이 이어진 계단을 바라보며 몸은 벌써부터 힘들어 하지만, 양 옆으로 길게 뻗은 나무들과 낮게 자란 푸르른 풀들을 보며 마음은 편안해지고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이 계속 이어졌다. 한 10여분쯤 걸으니 계단이 끝나고 정상처럼 느껴지는 평지가 나타났다. 그동안 가보았던 오름처럼 정상이 탁 트인 전망은 아니었다. 나무와 나무 사이로 살짝 모습을 드러낸 한라산의 모습만 보였다. 그리고 조금 더 걸어가니 전망대가 나왔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전망도 사방을 훤히 볼 순 없었지만 눈 쌓인 한라산의 아름다운 꼭대기는 실컷 감상하고 올 수 있었다.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에 따르면 영천악 꼭대기에는 작은 굼부리(분화구)가 있고, 전체적으로 원뿔 모양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설명이 되어 있는데, 굼부리가 어느 쪽인지 확실히 구별할 수 없었다.

 

 

잠시 전망대에 앉아 한라산을 멍하니 바라보다 다시 길을 나섰다. 이번에는 내려가는 계단이다. 올라오는 계단과 다르지 않게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이 이어졌다. 그렇게 다시 영천악의 입구를 알려주는 표지판을 만나고 하례2리 쪽 돈드르 입구로 내려왔다. 여기까지 오는 시간이 약 30분 정도 소요됐다. 전망대에 앉아 있던 시간을 제외하면 더욱 빨리 다녀올 수 있는 아주 낮은 오름에 속한다.

 

둘레길을 통해 다시 입구로 돌아가는 여정에는 계곡이 나오는데, 갑자기 예정에 없던 트래킹을 하는 기분에 더욱 기분이 상쾌해지기도 했다. 비록 물이 하나도 없는 계곡이라 아쉬운 마음도 있었지만, 다음에 비가 많이 온 뒤에 다시 찾아와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 둘레길을 돌던 중 ‘예기소’라는 곳으로 향하는 표지판을 만나게 되었는데... 고려 19대 명종 때 서울에서 내려온 검마관을 대접하기 위해서 잔치를 베풀었는데 소(沼)의 양쪽 바위에 줄을 매고 그 줄 위에서 춤을 추던 애기 기생이 잘못하여 떨어져 죽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예기소를 지나 다시 둘레길로 이어지는 길은 여러 오름동호회에서 나무에 띠를 걸어 길을 표시해둔 덕분에 찾을 수 있었고, 다시 큰 도로 빠져나와 출발지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영천악을 오르기 전 사전조사를 하던 중 대나무 숲을 만날 수 있다는 말에 기대됐는데, 길을 잘못 선택한 것인지 그 대나무 숲을 만날 수 없어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다음번엔 다른 길을 선택해서 돌아봐도 좋을 것 같다. 한 번씩 날씨가 화창한 날이면 눈부신 한라산의 모습을 감상하며 걷고 싶은 오름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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