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세오름
어리목 코스로 다녀온 윗세오름
제주에 있으면서 좋은 점이 있다면 어디서든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날씨가 허락하는 한 한라산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푸른 하늘 아래 우뚝 서 있는 한라산이 수호신처럼 늘 함께 있다는 느낌은 비단 나만의 착각은 아닐 것이다.
특히 깊어가는 가을의 정점에서 높고 푸른 하늘 아래 아름다움을 뽐내는 한라산은 마치 우리에게 손짓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며 그 유혹을 뿌리치기도 어렵다. 단풍이 조금은 저물어버린 시기가 되었지만 주인공은 단풍이 아닌 한라산 그 자체이기에 단풍이 지나간 그 흔적들을 밟으며 ‘윗세오름’ 산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코로나19 거리두기 2단계로 격상되기 전 11월 초의 방문기임을 알려드립니다).
한라산이 가진 웅장한 크기 만큼 다양한 탐방로가 있으며 윗세오름으로 가기 위한 ‘어리목 코스’는 한라산의 매력을 고스란히 느끼면서도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오기에 난이도가 가장 ‘낮은’ 코스이다.
총 길이 4.7km인 ‘어리목 코스’로 윗세오름을 탐방하기까지 왕복 소요시간은 약 4시간 정도인데 자차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어리목 코스에 비해 조금은 가파르지만 시간이 짧고 바위 등의 빼어난 절경들을 감상할 수 있는 영실코스로 하산하는 것을 추천한다.
주차를 하고 매표소에서 숲길을 오르기 시작하면 어리목 계곡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데 비록 물은 세차게 흐르지 않지만 크나큰 바위와 나무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된다.
약 1시간 동안 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진 숲길을 오르다 조금씩 지루해질 때 쯤이면 종착지까지의 거리와 시간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더욱 힘나게 만든다. 한라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산이지만 사람을 품는 자연의 관대함을 가진 것일까. 많이 힘들지 않은 산행이 한라산과 더욱 가까워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발걸음이 지나는 자리마다 떨어진 단풍잎들이 발소리를 더욱 경쾌하게 해주며 들숨과 날숨 모두에 한라산의 상쾌한 공기가 채워져 마음이 더욱 가벼워졌다. 항상 그렇지는 않겠지만 맑은 날씨에 좋은 컨디션, 상쾌한 공기가 3박자를 갖춘 날의 산행으로 가장 아름다운 윗세오름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조금 더 힘을 내서 오르면 해발 1,604미터 쯤에 만세동산에 도착하게 된다. 이곳에서 올랐던 다소 지루했던 숲길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데 앞으로는 윗세오름이 당기고 뒤에서는 제주시내의 아름다운 경치가 밀어준다. 이렇게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며 걷다보면 어느새 윗세오름 대피소에 도착하게 된다.
만세동산에서 보는 윗세오름은 그 어떤 방해물 없이 웅장함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하늘색까지 맑은 날이면 완벽한 색조합을 보여주기도 한다.
윗세오름 대피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내려오는 길에는 조금 더 많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한라산의 나무들은 화려하지 않고 은은한 수묵화 같은 느낌이 있다. 졸참나무, 물참나무, 서어나무가 주종을 이룬다고 한다. 한라산에는 다양한 희귀종의 식물들이 서식하는데 조릿대가 어느새 한라산의 90%를 가득 채우고 있다. 언젠가 조릿대 차나 다양한 먹거리로 각광받은 적이 있었는데 한라산의 생태계를 파괴시키고 가득 찬 조릿대를 보니 조금은 걱정이 앞선다. 아름다운 한라산이 건강할 수 있도록 지자체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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